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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수다 2010. 5. 25. 09:21


살기 좋아졌다, 살기 힘들어졌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을 갖고 세상이 어떻게 되고 있는 지를 판단하게 된다. 사회의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온 몸으로 평가하게 된다. 당장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대출금의 이자는 높아지고, 보조금은 중단된다. 평가를 입 밖으로 꺼낼 힘조차 없어지게 되는 계층이 있다. 그리고 그 강도는 위로 올라갈 수록 조금씩 줄어든다. 강도는 줄어들지만 목소리는 높아지겠다.

사회의 상위 계층들은 마이크가 있다. 부동산 값이 흔들리고, 세금이 조금 늘어나도 살기 힘들어졌다고 큰 소리를 낼 수 있다. 마이크를 돈으로 살 필요도 없이, 남의 앰프에 선을 꽂을 필요도 없이 조그만 마이크 하나라도 스스로 벼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배운 사람들이다. 가방 끈이 긴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훈련된 사람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어줄 수도 있다. 사회의 가장 약자들, 그늘에만 서 있어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의 저렴한 마이크는 이럴 때 가장 빛이 난다. 소리가 세상에 쩌렁쩌렁 울리게 된다. 크기는 작은 마이크여도 세상엔 아직 음지에 서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는 소리는 사람의 마음도 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의 마이크는 꽤나 관리하기도, 다루기도 어렵다. 그들이 늘 그늘에 서있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다수는 이미 양지의 아랫목에 가있기도 하고, 그래서 어두운 곳으로 팔이 안 닿은지 오래된 이들도 있다. 음지와 양지를 왔다갔다 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원래 그늘에 서 있던 사람과는 달리 꽉 짜여진 세상 속에서 마치 자율의지를 가진 것처럼 살아가기도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가장 좋은 것은 어두운 곳에서 그 목소리가 스스로 울려퍼지게 하는 것이고, 다음은 마이크를 벼른 사람들을, 적어도 손에 들고 있는 그 마이크 만큼은 음지를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얼마만큼의 의지, 혹은 공부가 필요한 일일까? 아니면 결국 음지가 길어져야 하는 것일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몰가치와 동거한 욕망의 경제"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22308.html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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