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에 비가 내렸다.

그 먼 산이 여기까지 뻗어 있어
산자락을 타고있는 조그만 절

섬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가
감기약 때문인지 그만 잠이들고 말았다.

잠시 온기가 느껴졌었나,
비 비린내 사이로 그녀의 체취가 바람을 타고 왔지만
대꾸 할 힘도 없었다.

힘들게 만든 휴가는 약 한 알에 엎질러졌다.
오랫동안 빗소리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겨우 고개를 들어 올리니
한 시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앉아있던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였다.

친구들이 있어서 지루하진 않았어.
떨어지는 빗물을 튕겨내는 잎들,
대나무 숲이 모은 바람 소리,
걸음을 재촉하는 구름,
먼 산에 내리는 비.

그녀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렇게 있어줄거라 믿었던 것도
아득하게 그리워졌던 것도 그 때였던 것 같다.

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는 건 지루하지 않다.
얼마나 오랫동안 비가 내릴 수 있을까.

조금씩 젖어든 빗물은 그림자까지 씻어가고
언젠가 돌아갈 저
먼 산엔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다.

 

Posted by smokyf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