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한 구절

일상/수다 2008. 9. 13. 23:28



며칠 전 승호가 요즘 상황에 어울리는 구절이 있다며 논어의 한 구절을 읊어줬다.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論語 憲問】

자왈 방유도 위언위행 방무도 위행언손【논어 헌문】

공자가 말씀하길 "나라에 도가 있으면 말과 행실을 높게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실을 높게 하되 말은 겸손하게 해야한다"고 하셨다.



즉 도가 있는 시대에는 말과 행동을 당당하게 해도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어 위험함이 없는 반면 그렇지 않는 시대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부를 수 있어 신중히 해야한단 이야기다. 비록 행동은 거침없이 하여 지조를 잃지 않더라도 그 말은 비록 바른 말이라도 조심히 해야하는 시대가 바로 오늘이랬다.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로 어떤 탄압을 받을 지 모르는 시대이고, 비록 옳은 말이라도 어떻게 꼬투리가 잡힐지도 모르는 시대이다. 선비가 차마 바른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어느 시대건 바른말이 거침없이 나오지 못하는 시대는 그 운이 다한 시대였다.

"오해입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수장이 있는 조직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조직을 위해 한 쓴 소리 한마디에 린치를 가하는 것 말고는 할 줄 모르는 수장이 어떻게 제대로 이끌어가겠는가.

승호가 일러준 대로 수 천년 전 공자가 말한 '말조심해야하는 시대'는 바로 불행한 오늘이 맞을 것 같다.
공자가 유순해져서 한 말이 아니라 세상 지인들의 삶을 걱정해서 한 말이겠지. 그러나 이런 시대를 뒤집을 수 있는 건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서 큰 파도를 만들어내는 힘에 있다는 것이 그 역설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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