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수다 2008. 9. 25. 10:34


왕년에 글 좀 썼다하는 사람이라면 숱하게 해봤을 교내 백일장 장원은 나랑 전혀 상관없는 타이틀이었다.
중, 고등학교 6년동안 단 한 번 장려상인가를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소 뒷걸음질에 쥐잡는 격이나 마찬가지의 것이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도 나진 않지만 그래도 장려상이나 받은 글이었기 때문에 대강의 내용은 생각난다.
당시 주제는 '門'이었고 난 평범한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산문보다는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를 써내려갔다.
그 때 썼던 것은 대충 문을 의인화시켜
'난 당신이 닫아놓은 문이고 언제고 찾아와서 두드려 열어달라'는 뻘 시였던 것 같다. -_-;;;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내가 무슨 생각이나 경험이 있어서였겠나,
그저 기성시인의 감성을 투박하게 가져온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살다보니 내가 적어논 감성을 뒤늦게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며칠전 룸메랑 얘기를 하다 갑자기 문 이야기가 나왔다.
그넘이 구치소에 처음 들어갔을 때, 밖에서 문이 철컹 잠기는 것을 듣고
처음으로 내가 열지 못하는 문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불과 몇 개월이었지만 다시 사회로 나온 후에도
한동안 닫힌 문을 방안에서 볼 때면
'저 문을 내가! 열고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고 익숙치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열지 못하는 문이라...

내가 문을 닫았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못 여는 것도 아니며
그냥 내가 열려고 해봐야 그제서야 알게되는 사실인데,

내가 열지 못하는 문이라...
겪어보니 실감하게 되는 그런 문이다.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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