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엠팍에서 퍼옴.
리니지에서 있었던 민중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한겨레 신문에서 토막기사로 읽은 적이 있다.
무척 인상깊었는데 하필 이인화 교수가 이를 정리한 글을 썼었나보다.
역사상의 여러 민중봉기나 프랑스혁명이 인터넷에서 재현되는 느낌이란...
혁명의 성공과 실패과 현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찬찬히 읽어보면 오늘의 우리가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짠해지는 것이 있다.
[펌] [강추] 바츠 해방 전쟁 - 또다른 역사, 하나의 대 서사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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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네로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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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09.04 21:47
소설가인 이화여대 교수 이인화씨가 쓴 글의 일부분입니다. 리니지2’ 세계에서 일어난 여러 스토리 가운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제1서버(바츠 서버)에서 2004년 6월에 발발한 ‘바츠 해방전쟁’이다. ‘리니지2’에는 32개의 서버가 있다. 이 가운데 바츠 서버는 역사가 가장 오랜 서버로, 사용자들이 개발사에 대해 항의 시위를 하는, 정치적 대표성을 가진 서버다. 바츠 해방전쟁은 ‘리니지2’에서 발생한 숱한 스토리 가운데 현실세계의 일간지에 보도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다. 바츠 해방전쟁은 ‘리니지2’의 세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리니지2’의 세계는 레벨에 따른 계층적 차별성이 뚜렷하게 제시되는, 철저한 계층 사회다. 레벨에 따라 입는 옷과 쓰는 무기 등 아이템이 다르며 출입할 수 있는 지역도 다르다. ‘리니지2’의 스토리 세계에는 현실 역사의 ‘민중’에 비유될 만한 계층이 존재한다. 통계 자료를 보면 40레벨 이하의 캐릭터들로 규정되는 이 민중 계층은 2003년 11월25일 현재 전체 ‘리니지2’ 플레이어의 85.9%를 차지한다. 한편 65레벨에서 75레벨 사이의 캐릭터이면서 지배혈맹에 소속된, 현실 역사의 ‘군사 귀족 계층’에 비유될 계층 역시 뚜렷이 존재한다. 레벨이 높아져 세력을 형성한 혈맹에 들어가면 멋진 무기에 좋은 옷을 입고, 아름다운 성에서 살며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낮은 레벨의 군소 혈맹원은 수시로 공격당해 죽고 들판과 음습한 동굴, 무너진 산채에서 혈맹 모임을 연다. 사냥터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적다. 이러한 계층 분화는 레벨 차이에 따른 이해관계의 상충현상을 일으켜 혈맹 전쟁의 확산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전쟁혈맹의 혈맹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55레벨 정도가 돼야 하며 DK혈맹과 같은 이름 있는 혈맹에 가입하려면 최소 61레벨에서 65레벨이 돼야 한다. 따라서 혈맹전쟁은 그만큼 레벨이 높은 전쟁혈맹 사람들만의 관심사다. 이처럼 계급구도가 뚜렷한 ‘리니지2’ 세계에서 민중이 대대적으로 봉기한 2004년 6월의 바츠 해방전쟁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바츠 해방전쟁은 ‘리니지2’ 세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바츠 해방전쟁은 위협하면 굴복하고 때리면 죽는 민중이 권력을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민중의 고조된 열광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승리를 만들어내었다. 이러한 승리는 크라토스(Kratos), 즉 거칠고 원초적인 물리력이 지배하던 세계에 에토스(Ethos), 즉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가치 이념을 출현시켰다. 이후의 ‘리니지2’ 세계에서는 어떤 권력도 이 같은 에토스의 전제 없이는 피지배계층의 복종 내지 권력에 대한 묵인을 얻어낼 수 없다는 진리가 확인됐다. 지배혈맹의 압제와 세금인상 이러한 바츠 해방전쟁의 발발에는 두 가지 경제·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요인은 10%에서 15%로 바뀐 2004년 2월16일의 세율 인상이었다. 세율이란 성을 차지한 지배혈맹과 개발회사가 상점에서 거래되는 모든 물품대금의 일정 비율을 나누어 갖는 것을 말한다. 높은 레벨의 사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다른 사용자와 직거래하므로 세율인상에 구애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상점에서 무기와 옷, 마법방어를 위한 장신구, 각종 물약과 마법서를 사야 하는 40레벨 이하 사용자에게 세율 인상은 생계를 위협하는 변화였고, 이러한 불만은 세금을 징수하는 지배혈맹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해방전쟁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둘째 요인은 극에 달한 정치적 압제였다. 바츠 서버에는 1000개가 넘는 혈맹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쟁혈’이라는 전쟁혈맹과 ‘친목혈’이라는 사교혈맹의 경계는 매우 유동적이다. 쟁혈 내부에도 사교 활동이 있고 친목혈도 다른 혈맹에 전쟁을 선포하면 전쟁혈이 되기 때문이다. 둘 가운데 ‘리니지2’ 세계의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전쟁혈이다. 전쟁혈은 다른 혈맹보다 더 레벨이 높고, 더 오랜 시간 활발히 접속하며, 더 PvP 전투(플레이어간 대인전)에 능한 혈맹원을 영입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이러한 세력 경쟁에서 승리한 혈맹이 지배혈맹이 된다. 때로 최강의 조직을 구축한 거대 지배혈맹의 군주는 다른 유력 혈맹과 단합해 공포와 전율로 얼룩진 철권통치를 구현할 수도 있다. 바츠 서버에 나타난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지배혈맹의 철권통치였다. 2003년 7월6일 오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된 직후부터 바츠 서버를 지배해온 것은 드래곤 나이츠(Dragon Knights·일명 DK) 혈맹이었다. 이미 ‘리니지1’에서부터 활동해 조직을 정비한 상태에서 ‘리니지2’로 넘어온 DK혈맹은 가장 먼저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혈맹원을 규합한다. 그 뒤 DK혈맹은 ‘리니지2’의 신화적 고대 세계에서 집단으로 구현되는 인간 의지의 강렬함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사냥터 통제로 이윤 독점 이들은 ‘통제령’을 통해 좋은 아이템과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사냥터를 봉쇄해 다른 사용자의 출입을 막았다. 나아가 ‘척살령’을 발동해 피의 독재를 전개하면서 자신이 독점한 사냥터에서 ‘오토’라고 부르는 자동 매크로 프로그램 사냥을 통해 24시간 아덴(리니지 세계의 통화)을 벌어들였다. 또 그때그때 유력한 다른 혈맹과 적절히 제휴함으로써 대항 혈맹들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분쇄했다. 게임 사냥터 통제는 ‘리니지1’에서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리니지1’에서 사냥터 통제를 통한 이윤 독점을 학습한 DK혈맹은 일찍부터 ‘통제’와 ‘오토’를 은밀히 행해왔다. 그러나 2004년 3월 거대 3혈맹 단결식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확인한 DK혈맹은 아예 ‘통제’와 ‘오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여기에 반항하는 사용자들을 살해하는 ‘척살’을 확대했다. 이와 같은 권력의 횡포, 아무런 가치 이념도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인 물리력의 발현은 일반 민중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하게 했다. 이것이 세금 인상에 따른 민중계층의 광범위한 불만과 결합하면서 마침내 바츠 해방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바츠 해방전쟁의 서전(序戰)은 2004년 5월9일 붉은혁명혈맹이 DK혈맹 군대가 방어하는 기란성을 점령하고 “세율 0%”를 선언한 것. 이 기적 같은 승리는 사냥터라는 생존의 터전을 봉쇄당하고 척살의 공포에 떨던 피지배계층 민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리하여 단독으로 DK혈맹에 전쟁을 선포했다가 무참하게 진압당한 바 있던 더킹혈맹, 순수한 마법사들만의 혈맹인 해리포터혈맹, 수원성혈맹, 하드락혈맹, 리벤지혈맹 등 지배혈맹은 아니지만 상당한 세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혈맹들이 하나로 뭉쳤다. 이들이 ‘바츠동맹군’을 결성하고 ‘반3혈(反三血)’의 기치를 높이 들자 민중은 하나 둘 그 옆에 모여들어 자발적으로 이들의 방패막이가 되었다. 전투력이 낮은 저레벨 사용자들은 DK혈맹을 중심으로 한 3혈 연합군의 ‘화살받이’가 돼 무수히 죽어갔다. 민중 계층이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방안은 인해전술이다. 버프(공격 및 방어 능력의 일시적 증강)와 스킬의 화려한 효과음과 함께 일방적으로 상대를 도륙하는 DK혈맹 전사의 모습과 수십명이 낙엽처럼 죽어가는 일반 사용자의 모습은 고대적 파토스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자유의 깃발 아래 죽다 이러한 상황은 사람들의 정의감을 자극했다. 반3혈측의 절박한 호소문이 인터넷에 오르자 비슷한 폭압에 시달리던 다른 서버의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캐릭터를 버리고 ‘정의와 자유’를 외치며 바츠 서버로 밀려들어왔던 것이다. 이들은 바츠 서버에서 새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기에 이들의 캐릭터는 형편없는 저레벨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저레벨 캐릭터로 내복만 겨우 걸치고 값싼 뼈단검 하나만을 장비한 이들을 프랑스혁명의 상퀼로드(긴바지를 입은 빈민층) 집단에 비유해 ‘내복단’ 혹은 ‘뼈단’이라 불렀다. 다른 서버 사용자들이 참전해 바츠 서버가 만성적인 접속 장애에 시달리던 이 시기에 많은 호소문이 나타났다. 바츠 서버의 이 전쟁은 일반 유저들의 힘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바츠 동맹이 패배할 것입니다. 단 1렙짜리 캐릭이라도 수십명이 모여서 DK연합에 공격을 가하면 물리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중략) 이번 전쟁은 바츠 서버만이 아닌, 전 서버가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혈에 억눌려 있는 많은 저주서버 유저가 함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주어야 합니다. 다시는 어떤 서버에서도 이러한 독재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전 지금 이 순간 바로 바츠 서버에 캐릭을 만들어 내복단에 합류할 것입니다. 제 가슴속에 끓어오른 피를 주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겁니다. 그 거대했던 바츠 서버 해방전쟁에 내복단의 일원으로서 그 자리에 있었노라고. - 겸댕이대왕, <호소문 - 전 서버 유저들이여 궐기하라> (2004. 6.16.) 내복단의 주류는 하루 이틀 정도 육성한 레벨10 전후의 캐릭터다. 뼈단검을 든 이들의 공격력은 5~10포인트(한번 공격할 때 상대가 입는 대미지)다. 이들이 상대하는 DK혈맹원은 65레벨에서 75레벨 사이의 고수로 이들의 공격력은 한번 시전시 1000~1300포인트에 이른다. 공격 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이는 어떤 전술로도 상대가 될 수 없는 차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에서 네트워크화된 컴퓨터 환경은 고립된 개인의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뛰어넘는 집합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을 출현시킨다. 이것은 마치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는 낮은 차원의 지능을 갖지만 더듬이를 병렬로 연결한 그 집단의 지능은 인간보다도 더 뛰어난 최적의 행위와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이치와 같다. 내복단 구성원이 찾아낸 최적의 전술은 DK혈맹 전투부대의 측후방으로 돌아가 가장 취약한 힐러(치유술사)를 ‘모탈 블로’라는 스킬로 100여 명이 동시에 찌르는 방법이었다. 내복단 한 사람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적의 힐러에게 대략 40의 대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100명의 화력은 40×100=4000 포인트에 이르며 한꺼번에 4000포인트의 체력이 감소한 힐러는 손쓸 겨를도 없이 전사한다. 이렇게 힐러가 전사하면 버프와 힐(대미지를 입은 체력의 회복)을 받지 못한 DK 전투부대는 중심을 잃고 그 뒤에 달려드는 내복단에 의해 각개격파돼 죽어갔다.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리니지2’의 채팅창은 띄어쓰기를 포함해 24자를 치면 꽉 찬다. 또 현실적으로 동일한 작전 행동을 할 수 있는 단위는 9명에 불과하다. 내복단은 이런 제한된 의사소통 환경에서 제한된 수단을 이용해 수백명, 수천명에게 작전 명령을 내리고 반응하면서 현실의 전투 군단처럼 신속하게 기동했다. 그러면서 적에 대한 기만, 공포감 조성, 일사불란한 이동과 과감한 종심돌격, 때로는 독창적인 전술행동을 실현했다. 이러한 기동전의 놀라운 방식은 네트워크화된 컴퓨터 환경의 집단 지능이 얼마나 가공할 힘을 발휘하는가를 보여준 실례다. 이러한 집단 지능은 단순히 전투에 그치지 않았다. 피에르 레비(Pierre Levy)의 지적처럼 집단 지능은 개체적 차원의 상황을 연계해 더욱 고귀하고 상승적인 가치를 생산한다. 이 시기 ‘리니지2’ 사용자의 가슴에 발생한 의분과 정열, 정의를 향한 열망은 단순한 놀이로서의 게임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물론 게임의 데이터베이스 위를 이동하는 사용자의 움직임은 가상적이며 그가 꿈꾸는 혁명은 다운로드한 프로그램 속의 상상이다. 그러나 현실 공간의 체험이 사용자의 인생이듯 가상공간의 체험도 사용자의 인생이다. 비록 현실에서의 움직임이 아니지만 그 처절하고 절박한 감정적 경험은 사용자가 만나는 일생일대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럽니다. 이건 게임일 뿐이라고. 현실과 착각하지 말라고.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유저들이 이렇게까지 그러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하신다면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온라인 게임은 가상현실의 세계입니다. 자신의 캐릭에 애정을 가지고, 자신이 그러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이란 걸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게임이지만 게임도 하나의 가상현실이고 그곳에도 정의가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트릭스 영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매트릭스는 네오라는 영웅에 열광하는 것이지만 리니지2는 자신의 캐릭이 리니지2라는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문제인 것입니다. 과거 저는 ‘리니지1’에서 아주 작은 혈의 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소한 문제로 당시 거대 혈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너무 억울했지만 저는 아무 말 없이 그 쪽 군주에게 정식 혈전을 요청했습니다. 질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학살당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싸워보자는 혈원들의 패기와 용기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비굴해지기 싫었습니다. 전 묵묵히, 제 장비를 긴급처분해 혈원들에게 물약을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전쟁터에 가보았지요. 일방적인 학살이었습니다. 하지만 혈원들은 단 한 명도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싸웠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군요. 전 아직도 그때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정의를 위해 질 걸 알면서도 당당하게 싸우다 죽어간 혈원들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행동에 대해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바츠 해방전쟁에서도 그렇게 자랑스럽게 싸울 것입니다. 비록 저 자신 한 명은 큰 힘이 되지 못할지라도 작은 힘이 모이면 어떠한 것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습니다. (2004. 6.17. ‘리니지2’ 게임포 게시판 호소문의 세 번째 댓글) 내복단의 활약 이처럼 내복단은 ‘리니지2’라는 가상현실을 현실의 시공간적인 제약을 넘어 ‘정의와 자유, 그리고 동지애’라는 고귀한 가치에 연대하는, 현실보다 더 숭고하고 더 인간적인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바츠 해방전쟁에서 내복단이 만들어낸 에토스, 윤리적 가치 이념은 온라인 게임과 같은 현실의 가상현실화가 더 높은 단계의 인간화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가상(Virtuality)은 단순히 ‘실물처럼 보이는 거짓 형상’이 아니라 현실에서는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적인 가치들을 눈앞에 구체적으로 현시한 것이다. 2004년 6월의 대접전 기간에 DK혈맹은 어떤 여론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항전했다. 내복단은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바츠 서버로 밀려들었으며 5개 성을 중심으로 주요 전쟁터는 양측의 시체로 뒤덮였다. 7월에 접어들자 바츠동맹군(혁명군)의 전열은 더욱 강고해졌다. 붉은혁명 혈맹과 리벤지혈맹을 중심으로 32개 전쟁 혈맹이 ‘바츠 해방’의 깃발 아래 집결했고, 무수한 내복단이 이들의 외곽을 수호했다. DK연합군은 야전에서 패퇴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강철 같은 DK연합군 5개 아성 가운데 최초로 오랜성이 함락됐다. 이 과정에서 전 서버 최강의 전사인 DK연합군의 아키러스가 순수한 저레벨의 내복단과 싸우다 전사하기도 했다. 급기야 6월28일 3혈 동맹의 주축이자 DK혈맹 다음의 거대 혈맹이던 제네시스혈맹이 사냥터에서 벌어진 사소한 충돌을 빌미로 DK혈맹과 결별하고 바츠 혁명군에 투항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당황한 DK혈맹은 급히 정(情) 혈맹과 위너스혈맹을 회유해 4혈 동맹을 결성했지만 지배연합의 전열은 크게 흔들린 뒤였다. 그리하여 7월17일 바츠 해방전쟁의 분수령이 된 아덴 공성전이 벌어졌다. 이 시기 바츠동맹군은 40개 혈맹에 이르렀으며 오랜성을 점령한 상태였다. 리니지 월드의 중북부에 자리잡은 오랜성은 비록 궁벽한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지만 60레벨의 엘프족 전사가 윈드 서커의 버프를 받고 달리면 10분 안에 사냥꾼 마을을 거쳐 수도 아덴성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당시 바츠동맹군은 7인의 지휘관이 이끄는 엉성한 집단지도체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지휘관들은 오랜성 성주이자 리벤지 혈맹의 총군주 ‘나리타’, 붉은혁명혈맹의 총군주 ‘눈물을 감추고’, 해리포터 혈맹의 총군주 ‘박셩만만쉐’, 더킹혈맹의 총군주 ‘혜원낭자’, 수원성혈맹의 총군주 ‘칼데스마’, 하드락혈맹의 총군주 ‘엘븐백기사’, 그리고 가장 나중에 합류해 바츠동맹군 사이에 묘한 긴장을 감돌게 한 제네시스혈맹의 총군주 ‘칼리츠버그’다. '리니지2'를 개발한 온라인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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