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마치고 친구들과 포스코를 나오니 역시 예상대로학교에 인파가 넘쳤다. 포스코센터 옆 체육관에서 입학식이 열릴 예정이라 더 번잡하기도 했다.
약간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말끔한 새 옷을 걸치고 있는 이들은 반드시 신입생.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는 부모님들. 나는 저 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잠시 떠올려 보다 왠지 모를 '질투심'-사실은 젊음에 대한 질투심-에 휩싸여버렸다.
"분명 올해도 애들이 길 물어볼텐데, 난 이번엔 안가르쳐 줄래. 10년동안 알려주는 것도 지긋지긋해."
"너무하잖아. 뭐 그럴필요있나?"
"그럼?"
"엉터리로 알려줘."
-_-;;
나보다 더한 놈이 있었다.
2, 3학년 때 까지만 해도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들뜨기도 했었는데.... 이젠 나이 어린 것들이랑 학교 다니는게 괴롭다.
친구들과의 논의 끝에 나온 대처법 2가지.
1. 그냥 군말않고 다닌다.
"우리는 수료했다고 15만원 내고 다니는데, 300만원내고 들어온 애들한테 뭐라할 순 없잖아?"
2. 양생법을 익힌다.
"우리가 새내기 시절 이유없이 피곤했던 이유를 알아? 그건 선배들이 우리의 양기를 빨아들였기 때문이지. 우리도 얘네들의 양기를 흡수해서 젊어져야 한다고." -_-;;
간만에 북적거리는 캠퍼스를 걸으니 왜이리 낯선지. 포스코에도 새마음 새뜻으로 운동을 시작하려는 애들이 가득했는데.
확실히 10년전 풍경이랑 많이 달라졌다. 표정도 밝아졌고, 옷차림도 새련된 것 같다. 내가 새내기였을 때,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이 다컸다고 그러는구나.
곳곳에서 학생수첩 지도를 펼치고 강의실을 찾는 애들이 눈에 띄길래 슬쩍피해다니다 결국 뜻밖의 택시기사 한테 걸려버렸다.
"100주년 기념관이 어디에요?"
모든 결의를 잊고 급 친절 모드.
"아. 근대법학100주년 기념관이요? 여기서 차는 못올라가고 이래저래~"
택시기사분께는 예외적용이다.
국문과 친구 한 명이 선생님께 개강인사나 드리러 가야겠다고 하길래, 흠칫했다.
'개강인사도 하나?'
고민 끝에졸업에 대한 각오를다질 좋은 기회인것 같아서 나도 지도교수님과 전공주임교수님을 찾기로 했다.
일단 추천받은 음료인 비타 500을 사들고 지도교수님을 찾았다.
"응, 네가 왠일이야?"
"선생님, 학부 친구들이 개강인사 가는거라고 해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응? 우리과는 그런거 안하는데?"
나중에서야 다른 국문과 친구가 알려줬다.
"아.. 그거 OO는 적자니까 하는거지, 우리같이 공부안하는6두품은 괜히 찾아갔다가 더 미움만 사는거야."
약간 잘못된 느낌이 들었지만 이왕 시작한 것 전공주임선생님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방금 먹은 비타500, 맛이 예전 같지 않아 다른 음료로 바꿔사들고 선생님이 계신 규장각으로 갔다. 선생님께선 미리 연락을 안드린 탓인지 마침 자리에 안계셨다. 쩝. 결국 음료수는 학과 연구실에 뒀는데 이거 왠지 오늘 하루를 넘기기도 힘들듯.
수료생은 수업도 없으니 개강일이나 별반 차이없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오늘따라 날씨도 좋고, 마음도 새롭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