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변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좀 들었던 시절
매번 가물가물한 연예인 이름이랑 얼굴 떠올리는 것도 힘들어 답변용으로 두어명 뽑아둔 적도 있었다.
누군가 나에대한 호기심에, 혹은 재미로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없어요, 잘 모르겠어요 등등의 대답으로 대꾸한다면 얼마나 민망해질까 싶어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더니 대화가 더 이어지지 않아 별 소용 없어졌다.
색깔도 준비했었다.
연예인과는 다르게 좋아하는 색깔을 고르는 건 좀 힘들었다.
흰색? 아, 너무 좋아. 검은색? 너무 멋져. 파란색? 너무 눈부셔. 빨간색? 너무 짜릿해. 노란색? 너무 귀여워. 초록색? 너무 편안해......
뭐 어쩌라는 얘기인지.
싸이가 한창 유행하고, 100문 100답 같은 걸로 자기를 소개하는 걸 돌리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질문들에 간혹 숨통이 조여 오기도 했었지만.
색깔은 원래 그 하나가 예쁜게 아니라 여러 색과 어울릴 때 빛을 내는 거라고,
그러니까 색깔을 하나든 여러개든 꼽아보세요 라고 묻는 것은
도레미파솔라시 중에 어떤 음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과 흡사한 거랄까.
저는 파샵 좋아해요. 그 음만 들으면 두근거려요. 좀 이상하잖아.
뭐,
오늘 지나가는 예쁜 차를 보곤 갖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 화두 하나에 곧바로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얼마? 성능은? 내 능력은? 알아볼까? 몇년이나 걸려야 살 수 있을까? 등등
거기서 바로 정지시키지 않았으면 난 얼마간의 시간을 그 질문에 답하는데 썼을것이다.
시작은 '차를 갖고 싶다'였지만 난 왜 그런 욕심을 갖게 됐는가가 궁금했다.
만들어진, 조작된 욕망 뭐 이런 걸 덧붙이겠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내 삶을 조향하기 위해선 나한테 던지는 질문들에 신중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는거다.
일단 질문을 던지고나면 해답의 끄트머리라도 확인해야 시원해하는 성격이라
질문을 던지는 일부터가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한다.
무언가 관심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요즘 들어 그게 잘 안됐다.
뭔가 해보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 곁가지 치기였다.
근본적인 욕구를 끌어갈 물길을 내는일, 질문을 던지는 일을 잊고선
거기서 파생된 지엽적인 일들을 다듬는 일만 건드리고 있었던거다.
아무리 가지치기를 잘해도 줄기가 옆으로 나기 시작하면 이미 끝난거니까.
산에 가는 거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데
글 다쓰고 나면 어느새 산에 가있다.
백두대간 다 탈 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