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대한 큰 기대도 없었지만 막상 결과를 접하고 보니 마음이 좋지 못했다. 유진이와 함께 호프집에서 저녁 겸 안주로 치킨을 먹으면서도 이것저것 생각들만 머리에 가득 차 괜히 두통만 밀려왔다.
이번 총선에서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몇 명이나 얻었나. 노회찬도 떨어지고 심상정도 떨어졌다. 그러나 표절작가 전여옥은 당선됐고(책값 돌려내), 성추행범 최연희도 당선되고, 친일 뉴라이트 신지호도 당선됐다. 홍정욱은 또 뭔지(너도 돌려줘, 2MB것도 같이)...
지역 개발에 대한 설레발들, 부동산 투기에 대한 희망들이 이번 선거의 쟁점이 아니었을까? 안정론은 뭐며, 내부 견제론은 대체 무슨 정치평론가의 고상한 말씀인지. 박근혜와 자기가 운명공동체라고 믿는 이 땅의 서민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투표하는지 알 수 없는 20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어지러웠다.
종로구에서 레즈비언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 했다는 친구는 잘 마무리했는지 모르겠다. 대전까지 가서 투표한다는 친구는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괜히 예랑 누나에게 한겨레도 선거 책임지라고 밑도 끝도 없는 문자만 날려봤다. “나도 우울하다”는 답문에 할 말도 없고.
어제 생각보다 강한 비바람이 불어 자하연 벚꽃이 모두 떨어지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아직 다 피지 않은 꽃들이어서 가지에 단단히 붙어있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한 송이도 떨어지지 않은 채 자하연 주위를 고스란히 둘러싸고 있었다. 내일이나 적당한 시간이 오면 만개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