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지난 주에 발표할 논문을 선생님께 다 드렸다는데, 난 오늘 부랴부랴 드리고 말았다.

중간에 주제가 몇 번이고 엎어지고 급박하게 잡은 주제였다손 치더라도

진도가생각보다 너무 안나갔다.

결국 막판엔 리포트 써내듯이 써버린 듯해 여간 찝찝한게 아니다.

어찌됐건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컸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엔 내 인생의 마지막 논문일텐데

쓰고 싶은 주제로 하고 싶은 말 다 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지도교수님께선 친절하게도 이번 발표땐 큰 줄기만 심사받는다고 생각하고 남은 기간동안 잘 써봐라고 하셨지만,

- 물론 그렇게 말씀하시고 수요일날 엄청 까실게 뻔하지만-

기본은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1차사료를 보는 것도 미루고 엉성하게나마 논리를 잡고자 했던 것이 더 실수를 한게 아니었길 바라는 수밖에.

머릿속은뱉고 싶은말로 가득한데 이치에 맞게 풀어내려니 어느 실마리를 잡아야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나 하나 잡아가다가 결국 시간만 흘려보낼 것 같은 두려움은 여전하다.

뻔히 고쳐야 할 부분이 뭔지 알면서도 시간에 쫓겨 구멍뚫린 초고를 심사위원들께바치는 마음때문인지,

부족한게 왜 이리도 많을까하는 자학만 반복한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할 논문주제고 논문이겠지만, 나 스스로가 만족할만 한 성과물을한 번 내보고 싶다.

그저 나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악몽같을 수요일이 지나고나면, 약간은 긴 호흡을 갖고 제대로 써봤으면 한다.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건네게끔 말이다. "자, 내 졸업논문이야 한 번 읽어봐. ㅋㅋ."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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