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미쳐야 미친다, 푸른역사, 2004.

벽(癖)을 가진 조선시대 지식인에 관한 이야기를 모았다. 중반부터는 옛 문헌을 통해 본 조선시대 지식인의 만남과 깨달음에 관한 글이 나와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삶의 광기에서 보이는 힘이 느껴지진 않아 아쉽다. 하지만 선조들의 삶과 성찰은 되새겨볼 만한 것들이 많다. 글쓴이가 지었던 [한시미학산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 책이다.

차라리 백 리 걸음 힘들더라도
굽은 나무 아래선 쉴 수가 없고
비록 사흘을 굶을지언정
기우숙한 쑥은 먹을 수 없네.
주둔지 - 송유민보전 p.82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꼭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로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p. 182

소리가 거문고에 있다 하면은
갑 속에 놓았을 젠 왜 울지 않나.
소리가 손가락 끝에 있다고 하면
그대 손가락 위에선 왜 안 들리나.
소동파 p. 253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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