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과거는 아름답게만 추억될까요?
어제 함께 있었기에 내일도 함께 할 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어제 함께 웃어서 내일도 함께 웃을 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에서 어느 문중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는 두 구의 미라와 거의 그대로 보존된 편지이다..
원이 아바님께
병술(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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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젊은 부부가 잠자리에 다정하게 누워 속삭이는 모습이 가슴 아플정도로 아름답게 떠오른다.
오래전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좀 다른 모습일것이라 생각하다가도 이런 글을 볼때면 사람사는 모습, 감정이란 것은 변하지 않는 것도 있구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