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맞은 편에 무섭게 서 있던 검은색의 무리는 저의 형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저이들은 한참 어린 동생들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검은색의 무리입니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에 무기력하게 쓰러진 채, 푸줏간 고기마냥 곤봉에 의해 다져지는 어떤 시민의 자리에
제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몇 번이나 상상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 곤봉을 든 이가 내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중대장에게 상록수 훈련같은 건 도저히 받을 수 없다며 그냥 영창가겠다 호기롭게 외친것은
힘든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다만, 할아버지를 내팽개치고, 쓰러진 젊은이를 짓밟고, 기자에게 방패를 휘두르고, 심지어
전경 아들이 걱정되어 나온 어머니를 또 다른 전경이 폭행하는 비극이 일어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자존감을 추스리고 이성을 붙잡는 일이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예상치 못하게 큰 힘을 얻었습니다.
헐벗은 시청 광장에서 고요하게 움츠리고 있던 2만 군중에게 던지신 신부님의 한 마디는
다른 여느 사람에게도 그랬듯이 저에게도 다가와서 다친 마음을 안아 주었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죠? 그래서 저희가 여러분을 위로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이 한 마디로 수 만의 미사 참가자들과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그간 힘들었던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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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곡이었던 성가 "불의가 새상을 덮쳐도"라는 곡을 CNN 영상에 깔아봤네요.

신자가 아니라 들을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성가도 참 듣기 좋은 노래였군요.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 불신이 만연해도 우리는 주님만을 믿고서 살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들가는가 어둠에 싸인 세상을 천주여 비추소서

가난과 주림에 떨면서 원망에 지친자와 괴로워 우는자를 불쌍히 여기소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행히 사는가 어둠에 싸인 세상을 천주여 비추소서






그냥 성가만 올려봅니다.
성가 28번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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