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수다'에 해당되는 글 76건

  1. 2008.04.21 어제를 사는 사람
  2. 2008.04.11
  3. 2008.04.10 총선이 끝나고 두통이 밀려왔다.
  4. 2008.03.16 제2외국어 시험을 봤다. 1
  5. 2008.03.03 새내기들이 닥쳤다. 1

슬리퍼를 신고도 학교를 활보하는 재원군이 사범대에서는 감시하는 눈이 많다며

담배는 꼭 건너편 7동으로 건너와 피운다.

혼자서는 심심하니 가끔 나를 불러내기도 하는데, 오늘도 자판기 커피 2잔을 뽑아들고 나를 불렀다.

날 보자마자 입고 있는옷을힐끗 보더니 한 마디 했다.

- 엇 노란색 남방이네....

난 오늘도 어제만큼 햇빛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가 될거라 생각하고 반팔 노란 남방을 입고 학교에 왔다.

- 내 방 창문으론 밖이 안보여서 어제 날씨에 맞춰 입고 나온 옷이야.

......

- 응, 그래? 재밌는데....

- ?

- 그것 좀 써먹어도 될까?

오늘 어떨지 몰라 어제에 맞춰 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에 대해.

오늘이 아니라 어제를 사는 사람이라고 재원이는 이름 붙였다.

- 노래하나 지어보면 괜찮겠는데... 흠.

계속 뻘소리를 이어가면서 가사를 만들어 붙이긴 하던데...

어찌됐건 꽤나 재밌는 아이템이군. 어제를 사는 사람이라...

오늘은 그냥내일 날씨를 알아봤다. 비가 와서 야구를 못할 확률이 높은 날이고,지난 주에 비해 기온이10도 가량 떨어질 날이다.

수 년 만에 타이레놀을 먹었다. 내가 여러 이유로 싫어하는 약이지만,

3일째 지속되는 두통은 그것만으로도 두통거리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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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수다 2008. 4. 11. 11:36

"아...동물원 가고 싶다..."

버릇처럼 그 말이 튀어나와 날씨가 좋단 걸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꾸 꽃향기가 났다. 아방궁 매화향기 같은 것이 사람들에게서도 났다. 스치는 사람들도 꽃 바람을 냈다.

사계절 중 봄에만 '새'자가 붙는다는데 그래서 새봄이라는데, 봄 만큼은 왠지 새것이 헌것만 못하다.

봄 바람이 불어도 나만 혼자 웃었고, 호젓했고, 그래서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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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대한 큰 기대도 없었지만 막상 결과를 접하고 보니 마음이 좋지 못했다. 유진이와 함께 호프집에서 저녁 겸 안주로 치킨을 먹으면서도 이것저것 생각들만 머리에 가득 차 괜히 두통만 밀려왔다.


이번 총선에서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몇 명이나 얻었나. 노회찬도 떨어지고 심상정도 떨어졌다. 그러나 표절작가 전여옥은 당선됐고(책값 돌려내), 성추행범 최연희도 당선되고, 친일 뉴라이트 신지호도 당선됐다. 홍정욱은 또 뭔지(너도 돌려줘, 2MB것도 같이)...


지역 개발에 대한 설레발들, 부동산 투기에 대한 희망들이 이번 선거의 쟁점이 아니었을까? 안정론은 뭐며, 내부 견제론은 대체 무슨 정치평론가의 고상한 말씀인지. 박근혜와 자기가 운명공동체라고 믿는 이 땅의 서민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투표하는지 알 수 없는 20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어지러웠다.


종로구에서 레즈비언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 했다는 친구는 잘 마무리했는지 모르겠다. 대전까지 가서 투표한다는 친구는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괜히 예랑 누나에게 한겨레도 선거 책임지라고 밑도 끝도 없는 문자만 날려봤다. “나도 우울하다”는 답문에 할 말도 없고.


어제 생각보다 강한 비바람이 불어 자하연 벚꽃이 모두 떨어지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아직 다 피지 않은 꽃들이어서 가지에 단단히 붙어있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한 송이도 떨어지지 않은 채 자하연 주위를 고스란히 둘러싸고 있었다. 내일이나 적당한 시간이 오면 만개하겠지.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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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논자시를 봤다. 지난학기때 붙었어야 했는데... 공부가 부족해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독어나 중국어로 바꿀까 하다가 새로 시작하는 것도 부담이라 입학때 공부했던 한문으로 그냥 가기로했다. 방학 동안 병아리 눈물만큼씩 공부하다가 시험을 대락 한 달 정도 남기고서야 정신차리고 한문 공부를 했다. 주위에 한문에 능한 사람들이 많아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조언은 조언일 뿐. 특히 한문은 정도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시험과 관련해 들은 말들 중여전히 귀에 맴도는 말이 있다.

"맹자만 읽으면 돼."

이 조언은 학부 때부터 들었던 말이다. 학교 시험에서 맹자가 대체로 한 지문은 출제되니 하나 거저 먹을 확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맹자의 글이 깔끔하고 문법적으로도 익힐 구석이 많아 입문자가 들고 공부하기에 좋다는 이유에서 인 것 같다. 지난 학기에도 맹자만 봤지만 시험엔 맹자가 안나왔다. 그래서 이번에 나올 확률 100%였다는...

국문과 사람들만 이러는 줄 알았더니 7동 역사 계통 사람들도 이런 충고를 해주는 걸 보면 뭔가 있긴하다. 그래도 읽어보니 맹자가 재밌어서 괜찮다.

"한문은 1년 정도 하면 문리가 트이던데."

조언이 이 정도 되면 뭐 거의 절망이다. 더구나 시험 한 두 달 전에 이런 말을 들으면 괴롭기만 하다.

"이번엔 논문 쓸 수 있겠어?"

주임교수님이 물으시길래 아무생각없이 대답했다.

"네 뭐 논문 주제는 뭐..."

"그거 말고 제2외국어 통과할 수 있겠어?"

-_-;;

여튼 교수님도 귀가 따갑게 말씀하셨다. 한문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이럴줄 알았으면 입학할 때 조금만 더 공부해서 60점 넘겼어야 했는데. 후회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어쨌든 논자시 덕분에 대학들어와서 처음으로 도서관 5열에 자리잡고 고시생들과 함께 열공했다. 공부하다보니 한문이 은근히 재밌는...

여튼.

지난 학기 도연명의 시에 제대로 한 방을 맞고 이번엔 한시를 염두에 두고 공부했는데.... 안나왔다.

지문 길이도 (생각보다) 엄청 길어서 처음부터 냅다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래 출제된 문제를 보면 알겠지만 다행히 지문이 생소하지 않고, 그리어려운 것이 아니라그나마 덜 고생했다.

어차피 정확한 해석은 불가능하고, 뜻은 때려 맞춰서 대충 다써버리자는 생각으로 갈겼더니 2분 남더라. -_-;;

그래도 60점은 넘었으리라 본다.

이제 논문 써야지.

문제를 다시 구경해 보자면.....

(쉽다고 비웃지는 마시고... 저는 1시간 동안 머리 아팠습니다.)

1번.

논어

孔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10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함이 있는데, 젊었을 때에는 혈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색을 경계하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싸움을 경계하고, 늙어서는 혈기가 쇠약해졌기 때문에 재물을 얻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하셨다.

3번.

朋黨論

歐陽脩

臣聞朋黨之說, 自古有之, 惟幸人君, 辨其君子小人而已. 大凡君子與君子, 以同道爲朋, 小人與小人, 以同利爲朋, 此自然之理也. 然臣謂小人無朋, 惟君子則有之, 其故何哉. 小人所好者利祿 也, 所貪者財貨也, 當其同利之時, 暫相黨引以爲朋者, 僞也. 及其見利而爭先, 或利盡而交疏, 甚者反相賊害, 雖其兄弟親戚, 不能相保. 故臣謂小人無朋, 其暫爲朋者, 僞也. 君子則不然, 所守者道義, 所行者忠信, 所惜者名節. 以之修身, 則同道而相益, 以之事國, 則同心而共濟, 終始如一, 此君子之朋也. (50점)

臣은 듣기에, 붕당(朋黨)이라는 말이 예부터 있다고 들었는데, 오직 다행히 임금이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분별할 따름이다. 큰 군자는 군자와 더불어 道를 함께 함으로서 붕(朋)을 만들고, 소인은 소인과 더불어 이를 함께 함으로서 붕(朋)을 만들고 하니,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그러나 臣은 생각건대 소인은 朋이 없고, 오직 군자라야 그것이 있다고 여기오니 그것은 어째서인가? 소인은 좋아하는 것이 이익과 녹봉이고, 탐내는 것은 재물과 화폐이다. 그 이로움이 같을 때를 당해서 잠시 서로 끌어들여 黨을 만들어 朋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 그 이로움을 보고 앞을 다투는데 이르러서는 간혹 이익이 다하면 사귐이 멀어지고 심한 자는 도리어 서로 해쳐서, 비록 그 형제친척이지만 능히 서로 보전하지 못하니, 臣이 말하기를 "小人은 朋이 없고, 그 잠시 朋이 된 것은 거짓이다."하는 것이다.
군자는 그렇지 아니하여 지키는 바가 道義요, 행하는 것이 忠信이며, 아끼는 것이 名節이다. 그것으로서 몸을 닦으면 道를 함께 하여 서로 이롭고, 이로써 나라를 섬기면 같은 마음으로 함께 다스려 끝과 시작이 한결 같으니, 이는 군자의 朋이다.

2번.

離婁章句上 九章

孟子曰 [ 桀紂之失天下也, 失其民也. 失其民者, 失其心也.
得天下有道 得其民, 斯得天下矣.
得其民有道 得其心, 斯得民矣.
得其心有道 所欲與之聚之, 所惡勿施爾也.

民之所欲, 皆爲致之, 如聚斂然. 民之所惡, 則勿施於民. 鼂錯所謂 [人情莫不欲壽, 三王生之而不傷. 人情莫不欲富, 三王厚之而不困. 人情莫不欲安, 三王扶之而不危. 人情莫不欲逸, 三王節其力而不盡 ], 此類之謂也.

民之歸仁也, 猶水之就下 獸之走壙也.

壙, 廣野也. 言民之所以歸乎此, 以其所欲之在乎此也.

爲淵敺魚者, 獺也. 爲叢敺爵者, 鸇也. 爲湯武敺民者, 桀與紂也.

淵, 深水也. 獺, 食魚者也. 叢, 茂林也. 鸇, 食雀者也.
言民之所以去此, 以其所欲在彼而所畏在此也.

天下之君有好仁者, 則諸侯皆爲之敺矣. 雖欲無王, 不可得已.
今之欲王者, 猶七年之病求三年之艾也. 苟爲不畜, 終身不得. 苟不志於仁, 終身憂辱, 以陷於死亡. (40점)

이루 상 제9장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걸과 주가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은 것이니,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 백성들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천하를 얻는 것에 道가 있으니, 그 백성을 얻으면 곧 천하를 얻을 것이다.
그 백성을 얻는 것에 道가 있으니 그 마음을 얻으면 곧 백성을 얻을 것이다.
그 마음을 얻는데 道가 있으니, 하고자 하는 것을 해주고 싫어하는 것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백성이 어진 곳에 몰려드는 것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내림과 같고, 짐승이 들로 내 달림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못으로 물고기를 몰아주는 것은 수달피요,
숲으로 새를 몰아주는 것은 새매요,
탕과 무왕에게로 백성을 몰아주는 자는 걸과 주이다.

이제 천하의 임금 가운데 어진 것을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제후가 다 그를 위하여 백성들을 몰아다 줄 것이니, 아무리 임금노릇을 않고자 해도 안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왕 노릇을 하고자 하는 자를 보면, 칠 년 묵은 병(病)을 고치려고 삼 년 말린 쑥을 구하는 격이다. 진실로 쑥을 미리 말려두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얻지 못할 것이다. 진실로 어짐(仁)에 뜻을 두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근심하며 욕을 당하다가 죽음과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ps. 시험 끝나고 맹자를 잘못 해석했다고 스트레스 받았는데... 인터넷 해석본 보니 맞게 해석 한거였군.

못에서 물고기를 몰아내고, 숲에서 새를 몰아내는 것으로 썼어야 했다고 이틀간 고민했는데....제대로 썼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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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마치고 친구들과 포스코를 나오니 역시 예상대로학교에 인파가 넘쳤다. 포스코센터 옆 체육관에서 입학식이 열릴 예정이라 더 번잡하기도 했다.

약간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말끔한 새 옷을 걸치고 있는 이들은 반드시 신입생.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는 부모님들. 나는 저 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잠시 떠올려 보다 왠지 모를 '질투심'-사실은 젊음에 대한 질투심-에 휩싸여버렸다.

"분명 올해도 애들이 길 물어볼텐데, 난 이번엔 안가르쳐 줄래. 10년동안 알려주는 것도 지긋지긋해."

"너무하잖아. 뭐 그럴필요있나?"

"그럼?"

"엉터리로 알려줘."

-_-;;

나보다 더한 놈이 있었다.

2, 3학년 때 까지만 해도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들뜨기도 했었는데.... 이젠 나이 어린 것들이랑 학교 다니는게 괴롭다.

친구들과의 논의 끝에 나온 대처법 2가지.

1. 그냥 군말않고 다닌다.

"우리는 수료했다고 15만원 내고 다니는데, 300만원내고 들어온 애들한테 뭐라할 순 없잖아?"

2. 양생법을 익힌다.

"우리가 새내기 시절 이유없이 피곤했던 이유를 알아? 그건 선배들이 우리의 양기를 빨아들였기 때문이지. 우리도 얘네들의 양기를 흡수해서 젊어져야 한다고." -_-;;

간만에 북적거리는 캠퍼스를 걸으니 왜이리 낯선지. 포스코에도 새마음 새뜻으로 운동을 시작하려는 애들이 가득했는데.

확실히 10년전 풍경이랑 많이 달라졌다. 표정도 밝아졌고, 옷차림도 새련된 것 같다. 내가 새내기였을 때,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이 다컸다고 그러는구나.

곳곳에서 학생수첩 지도를 펼치고 강의실을 찾는 애들이 눈에 띄길래 슬쩍피해다니다 결국 뜻밖의 택시기사 한테 걸려버렸다.

"100주년 기념관이 어디에요?"

모든 결의를 잊고 급 친절 모드.

"아. 근대법학100주년 기념관이요? 여기서 차는 못올라가고 이래저래~"

택시기사분께는 예외적용이다.

국문과 친구 한 명이 선생님께 개강인사나 드리러 가야겠다고 하길래, 흠칫했다.

'개강인사도 하나?'

고민 끝에졸업에 대한 각오를다질 좋은 기회인것 같아서 나도 지도교수님과 전공주임교수님을 찾기로 했다.

일단 추천받은 음료인 비타 500을 사들고 지도교수님을 찾았다.

"응, 네가 왠일이야?"

"선생님, 학부 친구들이 개강인사 가는거라고 해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응? 우리과는 그런거 안하는데?"

나중에서야 다른 국문과 친구가 알려줬다.

"아.. 그거 OO는 적자니까 하는거지, 우리같이 공부안하는6두품은 괜히 찾아갔다가 더 미움만 사는거야."

약간 잘못된 느낌이 들었지만 이왕 시작한 것 전공주임선생님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방금 먹은 비타500, 맛이 예전 같지 않아 다른 음료로 바꿔사들고 선생님이 계신 규장각으로 갔다. 선생님께선 미리 연락을 안드린 탓인지 마침 자리에 안계셨다. 쩝. 결국 음료수는 학과 연구실에 뒀는데 이거 왠지 오늘 하루를 넘기기도 힘들듯.

수료생은 수업도 없으니 개강일이나 별반 차이없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오늘따라 날씨도 좋고, 마음도 새롭군.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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