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바탕에 하얀 줄무니 통바지 하나를 샀다. 사실 내가 산게 아니라 빡힘이 월급탄 기념으로 사줬다. 맨날 청바지 두 개로 번갈아 입고 다닌다고. 어쨌든 이걸사고보니 어울리는 옷이 없었다. 티셔츠도 하나 사준다는 걸 마다하고 집에 가져다 놓고 보니 당장 돈도 없는데 어찌해야 할지... 원래 스타일대로 아무꺼나 입고다닐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혹 바람누나라도 만난다면? 읔 안될 일이다. 스물 일곱이 되도록 그 꾸사리를 먹어야 한다는 건 ... . 공부하는 사촌동생을 붙잡고 옷을 골라달라고 했더니 야시꾸레한 옷들을 주섬주섬 내놓기 시작한다. 다들 꺼내놓고 보니 멋있는 것들인데 입혀놓고 보니 몸매가 받쳐주질 못했다. 동생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바지에 맞추기도 힘든데 몸매도 난관이군 이라며 씁쓸하게 웅얼거리더군. 어쨌든 그 많은 옷들 중에 겨우 하나 골라내서 입혀준다. 뭐 괜찮은 것 같다. 이젠 동생이 신이나서 가방은 이걸 매고 목걸이는 이걸하고 신발은 이걸 신고 .... 죽죽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헤어스타일만 바꾸면되겠네라며 꼭 샤기 컷으로 자르란다. 어차피 머리도 잘라야 하는데 알았다고 했지만 샤기 컷이 뭔지 알 수는 없었다.
다음날 미용실에가서 샤기 컷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뒷머리가 약간 짧다는 둥, 이 머리의 원조는 비라는 둥 등등의 얘기를 하면서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머리를 자르지는 않고 한참을 긁어내더니-보통 솎아낸다고 하나?- 다 됐다고 하는게 아닌가. 아니 샤기 컷은 흔히들 말하는 봉두난발, 물에빠진생쥐, 스누피의 우드스탁머리, 폭탄머리, 머털이머리, 거지머리와 같은 말이었다. 좀 자세히 물어볼걸하고 얄팍한 이름에 속은 걸 뒤늦게 후회했다.
아침 머리에 왁스를 덕지덕지 바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동생은 진심으로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형 멋있어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난 앞으로 동생의 스타일을 따르지는 않겠다고 나만의 스타일을 사랑하겠다고 생각했다. 바지하나 때문에 완전히 달라진 내모습이 황당하다. 어쨌든 오늘은 동생의 코디대로 줄무니바지 흰라운드티 샤기컷 목걸이 까만귀걸이 샌들에 네모난 가방으로 맞추고 나왔다. 혹시 해뜨면 쓰겠다고 썬글라스까지 얻어서 주섬주섬 챙겼다는 사실. --; 저를 외면해주세요.
 
                 
게시물댓글
최민 : 왕 보고 싶다 ㅋㅋㅋ 그럼 길에서 열라 크게 야~~~ 장용훈~~~ 이렇게 소리지를텐데 ㅋㅋ (2004.05.28 23:47) 댓글버튼 삭제버튼
신상헌 : hey~yo~man~ (2004.05.29 03:45) 댓글버튼 삭제버튼
김유진 : 다행이다. 오늘은 널 볼 일이 없을 것 같구나! (2004.05.29 06:05) 댓글버튼 삭제버튼
김유진 :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들이 니가 지갑을 잃어버려서라는 거지... (2004.05.29 06:06) 댓글버튼 삭제버튼
난바람 : 사진찍어서 올려죠. 아님 사식당 앞에서 만나자, 샤기컷에 줄무늬 바지, 썬글라스도 쓰고 나와! (2004.05.30 16:25) 댓글버튼 삭제버튼
김조영혜 : 집에만 쳐박혀 있어서 우울했는데, 잘 됐다. 사진 보여줘. 나 좀 웃게~! (2004.05.31 15:32) 댓글버튼 삭제버튼
장용훈 : 여러분들의 성화에 힘입어 앞으로 공부만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 (2004.05.31 17:23) 댓글버튼 수정버튼 삭제버튼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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