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통째로 도둑맞았다. 동대문에서는 조심해야 되는데... 긴장을 약간만 늦추어도 이런일을 당하게 된다. 어쨌든 대부분의 지갑분실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그런것이겠지만 돈이 아까운게 아니라 다른게 더 아깝다. 주민등록증부터 운전면허증 학생증까지 모든 증명서를 잃어버려 부산까지 내려가야하는게 억울하고, 학부 학생증을 잃어버려 기차 할인은 군경할인 외에 평생 받을일 없게 된 게 안타깝다. 순식간에 나의 모든 사회적 지위가 박탈된 느낌이다. 나는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내가 나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증명할 방법이 없어졌다는게 어이없을 뿐이다. 묘하군.
모든 현금카드와 보안카드 비번과 아이디 등등의 온갖 공적인, 사적인 금융정보가 망라된 메모, 교통카드, 교보북 클럽카드, 꾸역꾸역 사람들을 만나며 모은 명함들, 광장서적 쿠폰(과외 문제집 사면서 꽤 모았는데 쩝), 포스코 회원권, 열심히 도장 받은 커피 할인 쿠폰, 빡힘 사진, 스님이 준 부처님 사진, 마지막으로 유진이가 준 지갑까지 통째로 불과 몇 십초 사이에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각 은행에 전화를 걸어 계좌를 통째로 막았더니 용돈도 빌려써야 될 지경에 이르렀다. 아.... 이 모든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첫번째로 해야할 일은 부산에 가서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는 일이다. 그것말고는 방법이 없다. 사진도 두장 찍어서.... 너무 귀찮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이 사회에 다시 편입할 수 없으니...
지문날인제도 철폐, 주민등록제도, 주민증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