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임

일상/수다 2008. 6. 17. 23:03
작년 이맘때 쯤 학과 까페에 정은임의 글을 짧게 올린 적이 있었다.
내가 중, 고등학교 시절 간혹 늦게 잠들었을 때나 운좋게 들었던 영화음악.
2000년 이후 새롭게 시작했다던 그녀의 영화음악은 언제 찾아서 즐겨들었던가?
그리고 어느날 그녀가 갑자기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소중한 사람이었고, 소중한 방송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녀가 지금도 방송을 하고 있었다면 어떤 멘트를 하고, 어떤 선곡을 했을까?
자신의 방송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되었다는 것을 얼마나 잘 알고 있었을까?

쓰잘때기 없는 수다로 1시간을 채우고 마는 일이 허다한 요즘 라디오는
자신들의 전파가 가질 수 있는 큰 힘을 깨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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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억이 어제 일 마냥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내버려 두면 좋을 텐데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마음이 풀리는 군요.
 
오래도록 기억해야만 하고
 
그래야 겨우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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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멘트 모음 (2004년 8월 9일 FILM2.0기사)

안녕하세요,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1992년 11월 2일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첫 방송 오프닝 멘트

초콜릿과 사탕, 여자 친구, 남자 친구, 선물. 3월 14일은 그렇게 요란하게 지나갔습니다. 화이트 데이라고요.... 그렇다면, 3월 15일 지난 하루를 여러분은 어떻게 기억하십니까? 3.15 마산의거. 4.19혁명의 씨앗이 된, 우리 역사의 달력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날이죠. 35년 전 마산 땅을 울린 그 민주의 함성이 이제는 거대한 사탕 더미에 깔려 신음 소리로 변하고, 또 어느새 우리의 달력에서는 사라져 버린 날이 된 것 같네요.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현대 사회에 있어서 한 마을에 이집 저집이 동시에 제사를 맞게 되는 것, 그곳은 슬픔과 공포의 역사일 따름이지요. 양민 학살이 자행되었던 거창군 신원면, 경찰 총기 난동이 있었던 의령군 궁유면, 4월 3일을 영원히 잊지 못할 제주, 그리고 아직 채 시신도 인양하지 못하고 있는 부안군 위도 마을, 모두 한날 한시에 제사를 지내야 하는 곳입니다. 아깝게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만 빌 뿐입니다.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자신보다 더 유명한 소피 마르소를 데리고 프랑스 대통령이 방한했습니다. 고문서 반환이라는 선물을 앞세워서요. 프랑스 대통령 최초의 방한을 환영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반환할 수 있는 것이라면 왜 진작 돌려주지 않고 하필 고속철 TGV가 선정된 뒤일까요?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홍대 앞에서 여의도까지 오는 데 2시간 30분이 걸려도 코스를 잘못 잡은 자신을 탓하기. 내가 사는 아파트가 바다 모래로 지어졌다는 것이 밝혀져도 이사 잘못한 자신을 탓하기. 다리가 무너져도, 그래, 체중 많이 나가는 우리가 너무 많이 지나갔어, 이렇게 생각하기. 앞서 말한 행동 강령은 대학민국 국민으로, 서울 시민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철칙이었습니다.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신청하신 곡은 영화 <파업전야>의 '임을 위한 행진곡'. 금요일 첫 곡이었습니다. 천리안으로 어느 분이 이런 글을 올리셨네요. 요즘은 신문에 읽을 거리가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어요. 국내뿐 아니라 세계가 온통 아수라장이 돼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슬퍼요....우리 늦기 전에 시작합시다. 한방울의 물이 모여서 거대한 폭포가 일듯 우리 한 사람의 힘이 점점 파문을 일으키면 뭔가가 변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셨죠?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꽃피는 날 그대와 만났습니다. 꽃 지는 날 그대와 헤어졌고요. 그 만남이 첫 만남이 아닙니다. 그 이별이 첫 이별이 아니고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 구광본 시인의 시 중에서 한 구절로 오늘 시작했는데요. 시구는 그런데 저와 여러분은 반대네요. 제가 92년 가을에 방송을 시작했으니까 꽃 지는 날 그대와 만났고요. 이제 봄이니까 꽃피는 날 헤어지는 셈이 되었네요. 오늘 여러분과 만나는 마지막 날인데요. 덜덜 떨면서 첫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침 햇살이 남다르게 느껴지거나 책을 읽다 멋진 글을 발견할 때면 맨 먼저 떠올렸던 게 바로 이 시간이었습니다. 저 정은임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1995년 4월 1일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마지막 방송 클로징 멘트

대학교 3,4학년 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회는 또 어떠해야 하나, 그런 문제들 때문에 고민에 빠졌었거든요. 87학번이니까 그때의 친구들도 다 비슷한 고민들을 했을 것 같은데... 그런 대학 시절을 보내고 방송국에 들어오면서, 다르게 말하면 사회인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잊어버리는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내 이전의 정체성과 지금 처한 환경과의 괴리에 불편해 하면서도 물들어가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로저와 나>는 내가 가졌던 생각들을 단번에 환기시켰고, 그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에 그때 얼마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몰라요.

영화 월간지 'KINO'와의 인터뷰

영화를 보지 못하는 환경을 못 견디겠더라고요. 밤 12시까지 아이 뒤치다꺼리 하더라도 꼭 새벽 3시까지 영화 1~2편씩 보고 나서 잤어요. 사람이 보수화되는 가장 큰 이유가 가족이 생기는 거예요. 특히 2세가 생기면 생각이 달라지죠. 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사는 건 할 수 있겠는데 결코 우리 아이에게는 나의 신념을 관철시키지 못할 것 같거든요. <허공에의 질주>를 떠올리며 생각해요.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요즘은 그게 가장 큰 화두예요.

'FILM2.0'과의 인터뷰

그때는 영화를 다루는 매체가 많지 않아 라디오 영화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컸습니다. 때마침 ‘문청(문학 청년)’들이 ‘영청(영화 청년)’으로 바뀌며 문화 담론이 폭발하던 시기였고, 제 프로가 바로 그런 열기의 창구였지요. 이제는 영화 문화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영화가 일상인 시대를 살고 있죠. 청취자도 달라졌고 모든 매체가 영화를 다루고요. 하지만 과연 얼마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다루고 있는가는 미지수지요. 영화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행복하게 담아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관계자 외 출입 금지, 만차... 어떠세요? 이런 문구를 보면요. 어쩐지 뒤로 물러나고 싶지 않으세요? 하지만요, 골목 안 어느 곳엔가 숨어 있어서 간판도 잘 안 보이고 입구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그런 작은 칼국수집, 선술집에는 언제나 누구나 선뜻 발을 들여놓을 수가 있습니다. 새벽 3시에요. 아직은 어둡고 쌀쌀하죠. 이 가을 골목길 누구나 쭈뼛거리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작지만 아주 편안한 문 열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 오늘 첫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래니 크래비츠, 'It Ain"t Over "Til It"s Over'.

2003년 10월 19일 다시 시작한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첫 방송 오프닝 멘트

부안 내부에서는 이미 핵 폐기물 유치에 대한 찬반이 갈리고 있는데, 투표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투표에까지 가도록 치열하게 부딪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라고 오현석 씨는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동감입니다. 오현석 씨는 예전에 영화와 관련 없는 정체 불명의 사연을 우리 영화음악 게시판에 올려도 될까요 라고 한번 질문을 하신 바로 그분이시죠.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통해서 우리 삶의 문제를 다시 직시하고 그 힘으로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본다는 의미에서 영화는 삶 전반에 대한 시각을 넓혀준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글을 올려주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매일매일 일어나는 작은 일들 때문이라는 것. 이건 진짜 맞더라고요. 사는게 작은 일들, 아주 사소한 일들이 뭉쳐져서 겹겹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그 하나하나를 신경 쓰지 못하면 삶 전체를 잃어버리는 거예요. 전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요.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안녕하세요?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나희덕 시인의 '서시'로 FM 영화음악 문을 열었는데요 서시... 우리 말로, '여는 시'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계속해서 시를 쓸 사람이 영원한 시작의 의미로 쓴 글이죠. 항상 아이러니해요. 이 끝 방송을 하게 되면 그래... 끝은 시작과 맞닿아 있다 하는 의미에서 이런 시를 골랐어요. 꼭 그 마음입니다. 단 한 사람의 가슴도 따뜻하게 지펴주지 못하고 그냥 연기만 피우지 않았나... 자, FM 영화음악을 듣고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서 오늘 첫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래니 크래비츠, 'It Ain"t Over "Til It"s Over'....

2004년 4월 26일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마지막 방송 오프닝 멘트

창문이 모두 영화 속 창문 장면으로 그려진 건물. 영화학을 하는 사람이 주인일까. '창문으로서의 영화'를 생각하게 한다. 구멍을 내어 바깥 세상을 보는 한 면을 제공하는 창문은 때때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케케묵은 답으로도 쓰이니까. 그러나... 이 건물은 정말 멋졌다. 그 위에 걸린 하늘도.

2004년 6월 5일 싸이월드 '은임이 다락방'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테러리즘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거기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테러에 동참하지 않는 것입니다." '노엄 촘스키와의 대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서, 오늘따라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04년 6월 21일 싸이월드 '은임이 다락방'

예전부터 내게 빗길 운전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기'였다. 빗줄기가 형체를 허물어뜨린 풍경은 움직이는 파스텔화. 이제 나는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2004년 7월 5일 싸이월드 '은임이 다락방'

사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대부분의 아름다움은 강렬하고 화려하고 찬란할수록 빨리 사그라들고 시들고 부서지지 않나요?

2004년 7월 19일 싸이월드 '은임이 다락방'에 남긴 마지막 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 특히 아주 젊어서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들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묻혀서 아름답게 기억되는 이유. 여러가지가 있죠? 그들은 더이상 실수나 과오가 없을 테구요, 또 배신도 변절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너무 변하는 세상, 믿지 못할 사람들 속에서 결코 변하지 않을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참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전 우리 가슴속에 묻힌 후에 그는 한번도 우리를 배신한 적이 없죠. 리버 피닉스. 피닉스라는 그의 성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요. 23살. 그때 죽었지만 그렇게 참 불사조처럼 우리 마음속엔 이렇게 오래 살아 남아있네요.


<그녀의 다른 오프닝 멘트들>

19만3천원.

한 정치인에게는 한 끼 식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입니다.
하지만 막걸리 한 사발에 김치 한 보시기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 사람에게는
몇일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큰 돈입니다.

그리고 한 아버지에게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길에서조차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 한 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FM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

'아이들에게 힐리스를 사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 해 정말 미안하다'
일하는 아버지 고 김주익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이 19만3천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19만3천원,
인라인스케이트 세 켤레 값입니다.
35m상공에서 100여일도
혼자 꿋굿하게 버텼지만,
세 아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아픈 마음을 숨기지 못 하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대신해서 남겨진 아이들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준 사람이 있습니다.
부자도,정치인도 아니구요.
그저 평범한 일하는 어머니였습니다.
유서속에 그 힐리스 대목에 목이 메인 이분은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그리고 힐리스보다 덜 위험한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서 아버지를 잃은 이 위험한 세상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건넸습니다.

2003년 늦가을,
대한민국의 '노동귀족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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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꼬리치레도룡뇽,열묵어,버들치,가재,
그리고 송두율.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FM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

오늘 FM영화음악은 퀴즈로 시작합니다.
음악 들으시면서 정답 한번 생각해보세요.

조이 로몬이 아주 조롱하듯이 불렀죠?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의 엔딩곡
what a wonderful world
오늘 첫 곡으로 띄워드렸습니다.

정답 생각해보셨어요?여러분?
정답은요.
질문을 다시 한번 말씀드릴까요?
반딧불이,꼬리치레도룡뇽,열묵어,버들치,가재,
그리고 송두율.
공통점이 무엇일까요하고 제가 물었었는데요.

정답은 지표생물입니다.
지표생물이란 것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없느냐를 통해서
해당지역의 오염도를 판단하는건데요.
지금 우리 사회의 지표생물은 바로 송두율교수라는
생각이 드네요.

엊그제 드디어 마침내 송두율교수가 구속되었죠?
반국가단체가입 회합통신 잠입탈출이라는
고색창연한 국가보안법위반혐의에다가
사기미수혐의까지 추가되었어요.아주 새롭죠?

때때로 우리 검찰의 상상력에 대해서
아주 놀라울때가 있는데요.
사기미수혐의.
자신을 정치국후보위원이라고 지목한 황장엽씨에게

손해배상소송을 낸 것이 곧 사기미수가 됐습니다.
이렇게 파렴치범의 혐의까지 얻게 됐는데...

참 우리 사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한편으로는 화해와 통일을 이야기를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개인과 집단에 대해서는
아주 배타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 하는
우리사회의 이중적태도요.

다양성의 예외로 송두율교수는 규정되고 말았어요.
우리사회,도대체 어떠한 기준에 맞아야지,
우리사회 이 사회에서 지금 살아남을 수 있는 지
모르겟어요.
송두율교수,지표생물 맞습니다.
아무래도 이 땅에 너무 일찍 돌아오신 것같아요.

'우리가 과연 동시대를 살고있는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하셨던 정원경씨.
'영화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통 보질 못 합니다.
더이상 영화안으로 숨어들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나 오늘만은 좋은 영화 한편이
너무 보고싶습니다. 영화속의 작은 승리들을 보면서 희망이라도 얻고 싶습니다' 하셨죠.

오진경씨는,
바라고 원하기만 해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너무 많이 걸린다.작은 움직임이라도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에 옮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저번에 사연을 올려주셨습니다.

참 살아가면서 말랑한 것에 물들고
부드러운 것에 시선이 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
가끔은 절망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절망을 느낄때가 있습니다하고
임수진씨가 사연을 올려주셨는데요.

사실 부드러운 것에 시선이 가는 내가 잘못인가요?
그건 잘못이 아니거든요.
부드러운 것에 시선이 가는 것이
당연하게 만들어 주는,
당연하게 여겨주는 사회가 되야 하는데,
그게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어요.
내가 잘못이어서 그런건지
위에 있는 사람이 잘못이어서 그런건지
가끔은 함께 덩어리로 뭉쳐서
이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여러분들의 사연을 보면요,

참 희망이 있고 꿈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다른 생각을 하는 여러 사람들을
껴안고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잃지 않구요.
따듯하구요.그리고 열심히 살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끔은 청취자분들의 사연을 읽다가
목이 메이는 경우가 있어요.
너무너무 힘도 되고 고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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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혹한 시절, 그녀 덕택에 공중파를 타고 흘렀던 두 노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떨림을 안겼을까.
<임을 위한 행진곡>, <인터내셔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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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신대철 시인은 이미 20년 전에 이 땅에서 사는 것은 무죄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그의 시에서 노래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이 땅 어느곳에서는 그것이 유죄라고 합니다.
저희 청취자 한 분이 그 심정을 노래하셨네요.
들어보시겠어요?

시를 쓰고 싶은 날, 비 내리는 철거촌에서 전 수편의 시를 썼습니다,
시를 쓰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도시 빈민이었던 우리 집은 막내인 제가 태어나기 전까지
수차례 이사를 다녔다고 합니다.
대학생이 된 제가 어느 날 간 철거민 대회에 많은 동네 분들이 오셨더랬습니다.
금호동, 전농동, 봉천동.
하나같이 제가 식구들의 입을 통해 듣던 추억의 동네였습니다.
그 금호동 폐허의 마을에서, 더 이상 끝닿을 데 없는 하늘 밑 마을에서,
제 오빠들의 유년을 보았습니다.
쓸려져 나간 꿈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이, 힘없는 강아지가, 높게 쌓여진 철탑이,
타이어로 엉성하게 버티고 있는 그들의 바리케이트가,
때맞춰 내리는 비가, 무섭게 몰아치는 바람이, 유린당한 그들의 삶이
저에게 시를 쓰고 싶게 했습니다.
그러나 시를 쓸 수 없는 날 전 차라리 싸우고 싶습니다.

신청하신 곡은 영화 <파업전야> 중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오늘 첫 곡이었습니다.

천리안으로 어느 분이 이런 글을 올리셨네요.
요즘은 신문에 읽을 거리가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어요.
국내 뿐 아니라 세계가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슬퍼요.

하지만 우리 늦기 전에 시작합시다.
한방울의 물이 모여서 거대한 폭포가 이루듯
우리 한 사람의 힘이 점점 파문을 일으키면 뭔가가 변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멘트와 이어지는 곡 <임을 위한 행진곡>




캔로치 감독, 랜드 앤 프리덤에 삽입된 <인터내셔널가>..(볼륨을 최대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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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끝이 아니라는,
95년 마지막 방송 때 들려주었고
다시 시작한 2003년 첫 방송 때 들려준 노래
Lenny Kravitz, <It ain't over till its over>







인터내셔널가를 이야기하니 생각나는 시 하나.
16세의 봉제공이 우리를 모두 기립하게 만들었는데.



<예심판사 앞에 선 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이스>

베르톨트 브레히트



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이스가

체르노비치에서 예심판사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요구받았다

왜 혁명을 호소하는 삐라를 뿌렸는가

그 이유를 대라고

이에 답하고 나서 그녀는 일어서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인터내셔널을

예심판사가 손을 내저으며 제지하자

그녀의 소리가 매섭게 외쳤다

기립하시오! 당신도 이것은
 
인.터.내.셔.널 이오!

<출전>임승수, "혁명을 꿈꾸는 자여, 이 노래를 부르라! "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3] 인터내셔널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99983



그리고, 인터내셔널가들

1. 경쾌한 연주곡 (Ani Difranco and Utah Phillips - The Internationale)
http://link.allblog.net/10355486/http://blog.naver.com/nicos/150030431207


2. 재즈풍의 편집


3. 피아노 연주곡 (청년진보당)

 
4. 뽕짝풍 (Soul Flower Mononoke Summit)

 
- 이곳에서 한국어 버전 및 그외 다양한 버전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crazysuns?Redirect=Log&logNo=20046070490 (미친해 님의 블로그)
http://cafe.naver.com/asunaro.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5901

- 인터내셔널가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아보려면, [샛별]님의 블로그를 방문하시길.
http://blog.daum.net/kjhtu/4053752
Posted by smoky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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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교수 개회사 -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요약)

1. 책임지지 않는 권위주의적 통치 행위가 원인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6월 민주항쟁에 비견될 만한 이정표적 사건이다. 한국 시민들의 의식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광범하고도 깊숙이 민주적 가치·규범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점에서 민주화는 시민 의식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동시에 체제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통령과 보수 정부는 국가 권력의 운영·정책결정 방식에 있어 권위주의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깊숙이 변화된 사회를 한편으로, 보수적 리더십이 갖는 민주주의에 대한 협애한 이해와 구시대적 통치 방식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양자 사이의 위태로우리만치 커다란 간극을 보게 된다.

긴급 시국 토론회 “정치 근본 변화 못이끈 6월항쟁 한계 넘어야”
입력: 2008년 06월 16일 18:29:41
이명박 정부는 대선 승리를 국민 통치의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이해한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좁게는 지지자, 넓게는 국민 전체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대의제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중 대표 선출과 통치의 위임을 내용으로 하는 ‘대표’의 원리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 수준은 높지만, 현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책임을 수반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의 정도가 얕다. 책임의 원리는 평상시 통치의 방법과 정책 결정에 대한 민주적 과정의 실천,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정책 내용에 대해 상시적으로 국민 여론·의사에 반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통치 행위가 존재한다면, 군주나 독재자를 선출하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한다.

무책임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촛불정국의 직접적 원인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학자들이 그들의 민주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위임민주주의(delegative democracy)’와 유사한 상황이다. 이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하고, 투표자들의 의사와 요구를 무시하면서 정책을 결정하고, 대통령 명령에 의존해 통치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촛불집회 정국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일방주의·권위주의적 결정 방식을 당연시해왔다.


2. 무력한 정당 대신 시민사회가 정부 견제

촛불집회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의 결과이고, 그러한 현상을 표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원인으로, 강력한 국가와 제도적으로 강력한 대통령이 허약한 입법부-허약한 정당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갖는 구조적 특성을 지적할 수 있다. 정당-의회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집행부에 아무런 견제력을 갖지 못하고, 정책 결정의 이니셔티브를 포함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익 집단을 포함하는 자율적 결사체들의 발전 수준 역시 매우 허약하다는 사실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시민 사회의 의사를 조직해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정당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정부나 시민사회에서 견제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지 못하는 조건은 사실상의 권위주의를 의미한다.

참여연대 강당에서 16일 열린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긴급시국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이 촛불집회의 의미와 과제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강윤중기자
촛불집회는 통치자 스스로의 공적 행위를 시민에 대해 책임지도록 강제·압박하는 반대와 견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에 확실하게 기여한 부분은 제도권 정치와 정당이 무력화되었을 때 시민사회 의사를 결집하고 항의를 조직해 권위주의적 권력행사·정책결정에 결정적 제약을 가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과 대부분의 언론들은 대통령이 촛불집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심기가 어떤지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곤 한다. 그러나 심기를 살피는 것은 민주주의의 작동의 문제를 구시대적·권위주의적 문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민주주의 제도의 틀 속에 위치시켜, 독단적·권위주의적인 정책결정과 권력행사를 제약·견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민주주의의 제도들이 작동하지 않고,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허약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한 일종의 구원투수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 점에서 촛불집회는 한국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런 역할에도 운동만으로 민주주의를 수호, 발전시키는 일은 불충분하다. 현대민주주의는 대의제민주주의라는 점이 다시 강조될 필요가 있다.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해 통치를 위임하는 체제다. 통치가 시민의 의사·요구에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 참여는 최대한 광범해야 한다. 시민의 삶의 조건을 반영하는 이익·요구는 정당을 중심으로 한 자율적 결사체들을 통해 최대한 광범하게 정책 과정에 투입되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이 처리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운동에 대한 필요는 그 만큼 적어진다.

한국의 조건에서 운동이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① 운동은 대중의 의사 분출과 강렬한 에너지의 동원을 통해 강력한 권위주의적 권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정책에 대해 강력한 반대 조직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문제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 대안을 형성하거나, 다른 이해 관계를 조정, 결정을 이끌어내기는 지난하다.

② 운동은 강력한 에너지 동원을 통해 단일 목표와 이슈를 성취하는 데는 유효한 반면, 이슈 간 중요성의 우선 순위를 위계적으로 배열하고, 정책의 추구를 일상화하는 것이 어렵다.

③ 정책 이슈를 운동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할 때, 이슈가 출현할 때마다 시민들은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 정부 임기 내내 한국 민주주의는 국가와 운동간 충돌로 일관하게 된다.

④ 운동은 강렬한 열정이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고, 참여에는 많은 열정·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계층적 범위를 한정하는 경향이 존재,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⑤ 운동은 하나의 시민사회가 다른 시민사회의 동원을 불러들이는, ‘시민사회 대 시민사회’의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운동이 헤게모니를 불러들이게 될 때 위험스러운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도정치 내에서 정당을 강화하는 데 무관심했던 결과, 반대편에서 파시즘을 불러들이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촛불집회는 시위·운동을 통해 정치 체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하나의 정치관을 유발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 또는 ‘대통령소환제’의 요구 같은 현실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것으로 이해하고 실현하려는 논리나 정조를 만들어낸다. 19세기 말 서구에서 보통선거권이 확대되었을 때 투표권을 ‘종이돌(paper stone)’에 비유했다. 혁명과 무력 사용을 통해 사회적 갈등·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이, 종이로 된 투표권의 행사로 대체되면서 평화적·제도적 방법으로 사회적 갈등을 처리하게 된 것을 압축한 표현이다. 촛불집회는 평화적 제도로서의 종이돌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사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 정치참여 확대하는 동력으로 작용해야

핵심은 촛불집회에서 발현된 긍정적 힘과 요소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다. 그 힘이 정당, 자율적 결사체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대표체계를 발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다. 앞에서 촛불집회를 민주주의제도의 허약한 발전 내지는 실패의 결과로 보았다. 그것의 핵심은 사회적 이해 관계가 폭넓게 대표되지 못하고, 참여 기반이 협애한 정치적 대표의 체제 즉 정당 체제의 문제다. 그러므로 촛불집회는 촛불이 꺼지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참여의 기반을 확대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요구된다. 정치적 참여의 폭과 성격은 곧 한 사회 내 사회 경제적 이익 갈등의 해결 내용과 직결된다. 이는 한국 사회 최상층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하는 현 이명박 정부의 인적 구성이 폭넓은 사회경제적 요구와 공익성을 대표할 수 없는가를 아울러 설명한다.

이번 촛불집회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시민들이 그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사회경제적 정책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민주화 이후 정당들은 실생활 문제와 직결된 대안적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갖지 못했다. 참여 기반 확대는 참여로부터 소외된 사회세력의 대표성을 넓히고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참여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제도 변화를 가져와야 했다는 측면에서, 앞선 6월항쟁이 남긴 유산은 그렇게 성공적인 것이라 평가할 수는 없다. 이는 오늘의 촛불집회가 참고해야 할 사례다. 촛불집회가 참여의 폭을 확대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은 6월항쟁이 남긴 긍정적 유산의 목록에 더해질 것이다.

<최장집 교수|고려대·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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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네이버를 어떻게든 떠나보고자 노력하는 일환으로

백업이 되는 좋은 블로그로 슬슬 자료를 옮기고 있습니다.

싸이도 네이버도 모두 자료를 통합하려고 하네요.

블로그질을 하는 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 여기로 들어오시는 분이 계시다면

대략 1~2주일 후부턴

smokyface.tistory.com

을 이용해주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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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을 정리하다 발견했다.

2003년 봄 그녀에게서 받은 편지엔 달랑 시 하나가 담겨있었다.
우리, 스물 다섯이란 나이조차 버거웠던 그 무렵이었다.

아마도 스물 넷부터 설레는 맘으로 품고 있었을 이 시가
그저 희망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꺼내보니
차마 말하지 못했을 너의 고독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

나는 이 시를 읽는데 완전히 실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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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비망록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 보니 스물 네 살이었다. 신은, 꼭 머리카락까지 조리며 숨어 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 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 네 해째 가을은 더듬거리는 말소리로 찾아왔다. 꿈 밖에서는 날마다 누군가 서성이는 것 같아 달려나가 문 열어보면 아무 일 아닌 듯 코스모스가 어깨에 묻은 이슬발을 툭툭 털어내며 인사했다. 코스모스가 그 가는 허리를 안고 들어와 아이를 낳고 싶었다. 석류속처럼 붉은 잇속을 가진 아이.


끝내 아무 일도 없었던 스물 네 살엔 좀더 행복해져도 괜찮았으련만. 굵은 입술을 가진 산두목 같은 사내와 좀더 오래 거짓을 겨루었어도 즐거웠으련만. 이리 많이 남은 행복과 거짓에 이젠 눈발 같은 이를 가진 아이나 웃어줄는지. 아무 일 아닌 듯. 해도,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 강물 위인들 걷지 못하랴. 문득 깨어나 스물 다섯이면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오래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실낱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것에도 무게 지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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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곱씹어봐도 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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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칠흙과 같은 밤의 계속이다.

나이 어린 학생 김주열의 참시를 보라!

그것은 가식 없는 전제주의 전횡의 발가벗은 나상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저들을 보라!

비굴하게도 위협과 폭력으로 우리들을 대하려 한다.

우리는 백보를 양보하고라도 인간적으로 부르짖어야 할 같은 학구의 양심을

강렬히 느낀다.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임을 자랑한다.

일제의 철퇴 아래 미칠 듯 자유를 환호한 나의 아버지,

나의 형들과 같이!

양심은 부끄럽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영원한 민주주의의 사수파는 영광스럽기까지 하다.

보라!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 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양심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의 열렬한 사랑의 대열이다.

모든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

( 4-19 당시 서울대학교 선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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