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논자시를 봤다. 지난학기때 붙었어야 했는데... 공부가 부족해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독어나 중국어로 바꿀까 하다가 새로 시작하는 것도 부담이라 입학때 공부했던 한문으로 그냥 가기로했다. 방학 동안 병아리 눈물만큼씩 공부하다가 시험을 대락 한 달 정도 남기고서야 정신차리고 한문 공부를 했다. 주위에 한문에 능한 사람들이 많아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조언은 조언일 뿐. 특히 한문은 정도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시험과 관련해 들은 말들 중여전히 귀에 맴도는 말이 있다.
"맹자만 읽으면 돼."
이 조언은 학부 때부터 들었던 말이다. 학교 시험에서 맹자가 대체로 한 지문은 출제되니 하나 거저 먹을 확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맹자의 글이 깔끔하고 문법적으로도 익힐 구석이 많아 입문자가 들고 공부하기에 좋다는 이유에서 인 것 같다. 지난 학기에도 맹자만 봤지만 시험엔 맹자가 안나왔다. 그래서 이번에 나올 확률 100%였다는...
국문과 사람들만 이러는 줄 알았더니 7동 역사 계통 사람들도 이런 충고를 해주는 걸 보면 뭔가 있긴하다. 그래도 읽어보니 맹자가 재밌어서 괜찮다.
"한문은 1년 정도 하면 문리가 트이던데."
조언이 이 정도 되면 뭐 거의 절망이다. 더구나 시험 한 두 달 전에 이런 말을 들으면 괴롭기만 하다.
"이번엔 논문 쓸 수 있겠어?"
주임교수님이 물으시길래 아무생각없이 대답했다.
"네 뭐 논문 주제는 뭐..."
"그거 말고 제2외국어 통과할 수 있겠어?"
-_-;;
여튼 교수님도 귀가 따갑게 말씀하셨다. 한문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이럴줄 알았으면 입학할 때 조금만 더 공부해서 60점 넘겼어야 했는데. 후회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어쨌든 논자시 덕분에 대학들어와서 처음으로 도서관 5열에 자리잡고 고시생들과 함께 열공했다. 공부하다보니 한문이 은근히 재밌는...
여튼.
지난 학기 도연명의 시에 제대로 한 방을 맞고 이번엔 한시를 염두에 두고 공부했는데.... 안나왔다.
지문 길이도 (생각보다) 엄청 길어서 처음부터 냅다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래 출제된 문제를 보면 알겠지만 다행히 지문이 생소하지 않고, 그리어려운 것이 아니라그나마 덜 고생했다.
어차피 정확한 해석은 불가능하고, 뜻은 때려 맞춰서 대충 다써버리자는 생각으로 갈겼더니 2분 남더라. -_-;;
그래도 60점은 넘었으리라 본다.
이제 논문 써야지.
문제를 다시 구경해 보자면.....
(쉽다고 비웃지는 마시고... 저는 1시간 동안 머리 아팠습니다.)
1번.
논어
孔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10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함이 있는데, 젊었을 때에는 혈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색을 경계하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싸움을 경계하고, 늙어서는 혈기가 쇠약해졌기 때문에 재물을 얻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하셨다.
3번.
朋黨論
歐陽脩
臣聞朋黨之說, 自古有之, 惟幸人君, 辨其君子小人而已. 大凡君子與君子, 以同道爲朋, 小人與小人, 以同利爲朋, 此自然之理也. 然臣謂小人無朋, 惟君子則有之, 其故何哉. 小人所好者利祿 也, 所貪者財貨也, 當其同利之時, 暫相黨引以爲朋者, 僞也. 及其見利而爭先, 或利盡而交疏, 甚者反相賊害, 雖其兄弟親戚, 不能相保. 故臣謂小人無朋, 其暫爲朋者, 僞也. 君子則不然, 所守者道義, 所行者忠信, 所惜者名節. 以之修身, 則同道而相益, 以之事國, 則同心而共濟, 終始如一, 此君子之朋也. (50점)
臣은 듣기에, 붕당(朋黨)이라는 말이 예부터 있다고 들었는데, 오직 다행히 임금이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분별할 따름이다. 큰 군자는 군자와 더불어 道를 함께 함으로서 붕(朋)을 만들고, 소인은 소인과 더불어 이를 함께 함으로서 붕(朋)을 만들고 하니,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그러나 臣은 생각건대 소인은 朋이 없고, 오직 군자라야 그것이 있다고 여기오니 그것은 어째서인가? 소인은 좋아하는 것이 이익과 녹봉이고, 탐내는 것은 재물과 화폐이다. 그 이로움이 같을 때를 당해서 잠시 서로 끌어들여 黨을 만들어 朋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 그 이로움을 보고 앞을 다투는데 이르러서는 간혹 이익이 다하면 사귐이 멀어지고 심한 자는 도리어 서로 해쳐서, 비록 그 형제친척이지만 능히 서로 보전하지 못하니, 臣이 말하기를 "小人은 朋이 없고, 그 잠시 朋이 된 것은 거짓이다."하는 것이다.
군자는 그렇지 아니하여 지키는 바가 道義요, 행하는 것이 忠信이며, 아끼는 것이 名節이다. 그것으로서 몸을 닦으면 道를 함께 하여 서로 이롭고, 이로써 나라를 섬기면 같은 마음으로 함께 다스려 끝과 시작이 한결 같으니, 이는 군자의 朋이다.
2번.
離婁章句上 九章
孟子曰 [ 桀紂之失天下也, 失其民也. 失其民者, 失其心也.
得天下有道 得其民, 斯得天下矣.
得其民有道 得其心, 斯得民矣.
得其心有道 所欲與之聚之, 所惡勿施爾也.
民之所欲, 皆爲致之, 如聚斂然. 民之所惡, 則勿施於民. 鼂錯所謂 [人情莫不欲壽, 三王生之而不傷. 人情莫不欲富, 三王厚之而不困. 人情莫不欲安, 三王扶之而不危. 人情莫不欲逸, 三王節其力而不盡 ], 此類之謂也.
民之歸仁也, 猶水之就下 獸之走壙也.
壙, 廣野也. 言民之所以歸乎此, 以其所欲之在乎此也.
故爲淵敺魚者, 獺也. 爲叢敺爵者, 鸇也. 爲湯武敺民者, 桀與紂也.
淵, 深水也. 獺, 食魚者也. 叢, 茂林也. 鸇, 食雀者也.
言民之所以去此, 以其所欲在彼而所畏在此也.
今天下之君有好仁者, 則諸侯皆爲之敺矣. 雖欲無王, 不可得已.
今之欲王者, 猶七年之病求三年之艾也. 苟爲不畜, 終身不得. 苟不志於仁, 終身憂辱, 以陷於死亡. (40점)
이루 상 제9장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걸과 주가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은 것이니,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 백성들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천하를 얻는 것에 道가 있으니, 그 백성을 얻으면 곧 천하를 얻을 것이다.
그 백성을 얻는 것에 道가 있으니 그 마음을 얻으면 곧 백성을 얻을 것이다.
그 마음을 얻는데 道가 있으니, 하고자 하는 것을 해주고 싫어하는 것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백성이 어진 곳에 몰려드는 것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내림과 같고, 짐승이 들로 내 달림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못으로 물고기를 몰아주는 것은 수달피요,
숲으로 새를 몰아주는 것은 새매요,
탕과 무왕에게로 백성을 몰아주는 자는 걸과 주이다.
이제 천하의 임금 가운데 어진 것을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제후가 다 그를 위하여 백성들을 몰아다 줄 것이니, 아무리 임금노릇을 않고자 해도 안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왕 노릇을 하고자 하는 자를 보면, 칠 년 묵은 병(病)을 고치려고 삼 년 말린 쑥을 구하는 격이다. 진실로 쑥을 미리 말려두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얻지 못할 것이다. 진실로 어짐(仁)에 뜻을 두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근심하며 욕을 당하다가 죽음과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ps. 시험 끝나고 맹자를 잘못 해석했다고 스트레스 받았는데... 인터넷 해석본 보니 맞게 해석 한거였군.
못에서 물고기를 몰아내고, 숲에서 새를 몰아내는 것으로 썼어야 했다고 이틀간 고민했는데....제대로 썼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