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수다'에 해당되는 글 76건

  1. 2008.12.22 입조심 1
  2. 2008.12.17 족구왕 스모키 5
  3. 2008.09.25 3
  4. 2008.09.24 귀차니즘신의 강림 4
  5. 2008.09.13 논어 한 구절

입조심

일상/수다 2008. 12. 22. 10:26



얼마전 정보공개문제로 인해 전국의 국공립대 기록관 및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교육부에 모여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장소를 잘못 알고 있었던 탓에 약속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 교육은 처음인데다 지각까지 한 탓에 조금은 긴장하며 회의실로 들어갔는데

교육 담당자가 낯익은 얼굴이어서 긴장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조영삼 선생님이 교육부의 기록연구사 자격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계셨다.

국회 기록보존소에 계시다가, 청와대 대통령실 기록연구사로 옮기셨고, 정권이 바뀐 후 다른 청와대 직원이 자리를 옮기듯

자연스럽게 교육과학기술부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신 거였다.

04년부터 안면을 트고 지냈던 분이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뵈니 기분이 새로운 마음에 더 반가운 기분이었다.

교육이 끝나고 얼른 앞으로 가서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이런저런 오간 다음, 아까부터 궁금했던 '후임자가 알아서 잘 해줄겁니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여쭤보았다.

교육부로 옮긴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았는데 설마 자리를 옮기실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빙긋이 웃으면서 과천에 있는 과학원으로 가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찾는 과천 과학원 기록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소위 한직인거고,

교육부의 기록을 총괄하던 분이 산하에 있는 조그만 기관으로 좌천되신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스친 일이 있었다.

조영삼 선생님이 올 해 중순 한겨레에 기고한 글!

노무현 대통령 기록이 유출되었다고 호들갑을 떨던 그 때,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입을 쉽게 열지 않았다. 기록관리의 전문가라고 여기저기 얼굴을 내비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딜 갔었는지...

사안의 본질이 흐려지고, 여러 언론들에 의해 호도되고 있을 때

기록학을 전공한 사람이란 책임감 하나로 발언을 해야겠다 싶어 대통령 기록관리 제도에 대해 조금더 공부해봤지만

뭔가 마뜩치 않았다. 이래저래 망설이던 차에 한겨레에 반가운 글이 실린 것이다.

대통령 기록은 사실 그 생산자였던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파기될 위험성은 제로에 가까운 것이었고,

오히려 그 기록이 불필요하게 공개되고 악용될 수 있는 소지는 현직 대통령이나 관계자에게 있었다.

이러한 우려는 이후에 국회가 대통령 기록의 열람을 불필요하게 요구하는 모습에서 더 확실하게 드러났다.
 
전반적인 무지와 전임 대통령의 기록에 대한 불필요한 호기심이 만들어낸 모습과도 같았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이 만들어질 때 우려했던 부분은 바로 이부분이었다.

후임에 의해 전임자의 기록이 불필요하게 열람되는 사례가 증가할 경우 향후 대통령 기록은 거의 생산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역사의 증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사실은 이러한 상식적인 이야기와 우려가 기록학 전공자들의 입에서 얼마나 나왔냐는 것이다.

역사의 수호자임을 자임하는 전문가 집단이 개인적인 이해관계 앞에서

자신의 직업 윤리를 소흘히 하는 모습을 보인 건 아니었을까.

비록 공부를 마무리 짓지 못한 학생 신분이었지만,

조영삼 선생님의 글을 보고 부끄러웠고, 마음이 놓였고, 조금은 빚진 감정이었다.


하지만 조영삼 선생님은 좌천되었다.

기록학계의 베테랑에 속하는 그 분이 어떤 업무상 과실이 있었을까?

교육부는 부처 기록물의 보존보다 공룡 모형 등을 잘 보존하는 일에 사활을 걸게 된 것일까?

혹시나 싶어 타 기관에서 근무하는 후배에게 넌지시 물어봤더니

걔가 알기로도 '그 글'로 인한 좌천이라고 말했다.

글쎄, 정황상 추측일 뿐이지만 과도한 것이란 생각은 안든다.


며칠 전 신해철도 100분 토론에서 말하지 않았나. "주변에서 몸조심하라고 말리던데요."

내가 즐겨가는 게시판의 정치성향 조사 파일이 정부 부처 관계 홈페이지에서 검색됐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한 대학원생의 논문용 자료라는 대답은 여전히 미심쩍지만, 문제는 이미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면서

이번 정부는 지난 10년 간의 정부와 확실히 다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우리 부모님들이 아침 집을 나서는 아들, 딸들에게

"차조심하고, 입조심해라"는 주의를 주는 세상이 될 지도 모르겠다.






[기고] 대통령 지정기록 반드시 보호되어야 - 조영삼

» 조영삼 교육과학기술부 기록연구사
‘대통령 지정기록 제도’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봉하마을 기록유출과 관련해 현 정부가 보여온 일련의 대응과 행태는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정기록을 보기 위한 의도로 여겨진다. 현 정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끼겠지만, 그 뒤 다가올 여러 부작용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대통령 지정기록은 정책추진을 위한 역사적 업무활용 가치가 있음에도, 공개될 경우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어 기록을 남기지 않는 폐단을 없애고자 특별한 보호장치를 둔 것이다. 15년 범위 안에서 보호기간을 정해 그 기간에는 현직 대통령일지라도 기록을 보지 못하도록 열람 등의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현직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 지정기록을 열어 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정기록을 들여다보기 위한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거꾸로 과연 현 정부가 기록을 생산하고 남길 것으로 판단하는지 묻고 싶다. 기록에 대해 무지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국가기록원은 봉하마을에서 하드디스크를 직접 반환받았지만 완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서버까지 요구했다. 봉하마을에 있던 하드디스크는 진본이 아니라 사본이다. 따라서 이를 회수해 복구 불가능한 방법으로 파기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굳이 서버를 요구하면서까지 완벽한 반환을 검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지정기록에 접근할 의도가 없다면 필요없는 행위다.

국가기록원은 또 현 대통령기록관장을 고발하고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기록관장에게 5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짧지 않은 임기를 보장한 것은 일반적인 기록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있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독립적으로 대통령 지정기록 보호 임무를 수행토록 하기 위함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기록관장에게 대통령 지정기록의 보호조처를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기록관장이 대통령 지정기록의 관리를 수행하는 책임자라는 의미이다. 그 역할을 하는 대통령기록관장을 고발하고 직무를 정지시킨 것은 현 정부에서 임명한 관장을 통해 대통령 지정기록을 들춰 보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지정기록 보호장치가 무너지게 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록이 공개돼 당장 정쟁의 도구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대통령 기록의 생산과 보존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지정기록 보호제도가 없었던 참여정부 이전의 역대 대통령 기록이 33만여건에 불과한 것은 기록이 적게 생산된 게 아니라 그만큼만 이관·보존됐다는 뜻이다. 정권교체 후 정쟁의 소지가 될 게 뻔하니까 보존해야 할 역사적 기록을 불태우거나 파쇄했던 것이다. 대통령 기록 보호체계가 무너지면 정권 말에 이런 무단폐기가 부활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국민들에게는 구제금융 사태를 겪고도 관련 기록이 없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런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관련 제도를 개악하지 않겠다는 뜻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만약 대통령 지정기록을 현 정부에서 열람하게 되고, 그 기록이 정쟁의 도구가 된다면 우리는 다시 기록을 생산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으며, 공개하지 않았던 어두운 지난 시기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년에 걸쳐 가까스로 쌓은 기록관리의 정착과 성과를 심각하게 후퇴시킬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기록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의 파장에 대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기사등록 : 2008-07-31 오후 08:01:58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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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 스모키

일상/수다 2008. 12. 17. 14:12


네이트 대화명을 '족구왕 스모키'로 바꿨다.

그리고난 후 바로 ㅂㄹ누나가 네이트로 말을 걸어왔다.


  ㅂ : 그런데 니 대화명 보고서 한마디만 하고 싶어서 말걸었다

  나 : 음.....

  ㅂ : 어제 OO가 그러는데 니 족구 진짜 못했다매

  나 : ㅇㅇ

  ㅂ : 대화명 열라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래서 민폐를 끼치면 안될 것 같아서.... 쿨럭

  ㅂ : 역시 넌 삶의 코믹 지존

  나 : 군대에서도 안한 족구를 여기서 할 줄이야... ㅠㅠ

  ㅂ : 귀여운 자쉭 같으니라고 / 족구 연습하지 말고 / 그들의 족구 문화에 침을 뱉어라

  나 : 누나가 백날 귀여워해도 소용없어요..... 유부녀는 패스

  ㅂ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ㅠㅠ / 실장님이 앞으로 점심시간동안 계속 족구연습 안하면 / 관장님 면담있을거라고 하는데요....

  ㅂ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하 'ㅋ'두 줄 생략) / 내 미친다 / 어리버리 '스모키'/ 거기서도ㅋㅋㅋㅋ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삶의 코믹'이라는 부분.

어제 집에 들어와 김모군과 잡담을 나누다 말고는 슬쩍 물어봤다.

"너도 내가 사는 모습이 웃겨?"

"응"

-_-a

삶이 시트콤 같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것.

대체 어떤 부분이 시트콤이라는 걸까? 흠...

순풍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의 주인공들도 자신들은 진지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겠지? 흠...

뭐, 재밌게 사는 건 좋은거니까.

근데 내가 재밌어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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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수다 2008. 9. 25. 10:34


왕년에 글 좀 썼다하는 사람이라면 숱하게 해봤을 교내 백일장 장원은 나랑 전혀 상관없는 타이틀이었다.
중, 고등학교 6년동안 단 한 번 장려상인가를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소 뒷걸음질에 쥐잡는 격이나 마찬가지의 것이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도 나진 않지만 그래도 장려상이나 받은 글이었기 때문에 대강의 내용은 생각난다.
당시 주제는 '門'이었고 난 평범한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산문보다는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를 써내려갔다.
그 때 썼던 것은 대충 문을 의인화시켜
'난 당신이 닫아놓은 문이고 언제고 찾아와서 두드려 열어달라'는 뻘 시였던 것 같다. -_-;;;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내가 무슨 생각이나 경험이 있어서였겠나,
그저 기성시인의 감성을 투박하게 가져온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살다보니 내가 적어논 감성을 뒤늦게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며칠전 룸메랑 얘기를 하다 갑자기 문 이야기가 나왔다.
그넘이 구치소에 처음 들어갔을 때, 밖에서 문이 철컹 잠기는 것을 듣고
처음으로 내가 열지 못하는 문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불과 몇 개월이었지만 다시 사회로 나온 후에도
한동안 닫힌 문을 방안에서 볼 때면
'저 문을 내가! 열고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고 익숙치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열지 못하는 문이라...

내가 문을 닫았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못 여는 것도 아니며
그냥 내가 열려고 해봐야 그제서야 알게되는 사실인데,

내가 열지 못하는 문이라...
겪어보니 실감하게 되는 그런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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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신이 강림하셨다. (귀차니즘신은 스노우캣의 모양새를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조만간 내려올 것이란 계시도 없이 나를 응징코자 곧바로 강림한듯 하다.

의욕과 열정을 먼저 쓸어갔고, 다음으로 몸의 에너지와 농담을 가져갔다.

규장각 일을 마치고 간만에 입사 원서 넣을 곳을 찾아보니

마감이 끝난 곳이 태반이더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젠 뭐 덤덤하다.

국내 잘나가는 기업들의 원서들을 대부분 패쓰해버린 것은

겉으로는 나도 몰래 그 신입사원 모집 공고라는 것이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지만,

내심은 맘에 들지도 않는 회사들에게 "'XX'에서 펼칠 나의 웅대한 꿈"따위의 자소서를 써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가 생각해도 배가 불러터진 말이군. 얼마나 굶어봐야 정신을 차릴테냐.)

이젠 이씨일가도, 정씨일가도, 구씨일가도 모두 내 꿈 따위엔 관심도 없는데 말야. 하하.



이렇게 그렇게, 이러저러한 조건과 까닭과 기타 여차저차한 등등의 이유들로 귀차니즘 모드로 침잠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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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한 구절

일상/수다 2008. 9. 13. 23:28



며칠 전 승호가 요즘 상황에 어울리는 구절이 있다며 논어의 한 구절을 읊어줬다.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論語 憲問】

자왈 방유도 위언위행 방무도 위행언손【논어 헌문】

공자가 말씀하길 "나라에 도가 있으면 말과 행실을 높게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실을 높게 하되 말은 겸손하게 해야한다"고 하셨다.



즉 도가 있는 시대에는 말과 행동을 당당하게 해도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어 위험함이 없는 반면 그렇지 않는 시대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부를 수 있어 신중히 해야한단 이야기다. 비록 행동은 거침없이 하여 지조를 잃지 않더라도 그 말은 비록 바른 말이라도 조심히 해야하는 시대가 바로 오늘이랬다.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로 어떤 탄압을 받을 지 모르는 시대이고, 비록 옳은 말이라도 어떻게 꼬투리가 잡힐지도 모르는 시대이다. 선비가 차마 바른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어느 시대건 바른말이 거침없이 나오지 못하는 시대는 그 운이 다한 시대였다.

"오해입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수장이 있는 조직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조직을 위해 한 쓴 소리 한마디에 린치를 가하는 것 말고는 할 줄 모르는 수장이 어떻게 제대로 이끌어가겠는가.

승호가 일러준 대로 수 천년 전 공자가 말한 '말조심해야하는 시대'는 바로 불행한 오늘이 맞을 것 같다.
공자가 유순해져서 한 말이 아니라 세상 지인들의 삶을 걱정해서 한 말이겠지. 그러나 이런 시대를 뒤집을 수 있는 건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서 큰 파도를 만들어내는 힘에 있다는 것이 그 역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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